
새해 들어서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 ‘화폐교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국돈’(북한 돈)을 도외시하는 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이렇듯 내화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외화 중심의 경제 구조를 고착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16일 “지난해부터 돌고 있는 화폐교환 소문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기(북한)서는 지금 내화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 주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마당과 같은 경제활동 공간에서 주민들의 내화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재 장마당에서는 달러나 위안이 쓰이고 있으며, 북한 돈으로 거래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내화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다 보니 상인들이 외화를 선호하곤 했지만,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외화 선호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온 50대 주민조차 “이러한 현상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혀를 두르고 있다.
소식통은 “함흥에서는 원래 딸라(달러)가 주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비(위안)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며 “장사꾼들도 국돈은 받지 않으려 하고 물건을 사 가는 사람들 역시 외화로 계산하며 잔돈(거스름돈)을 국돈으로 받는 것을 거부해 장사꾼들이 외화 잔돈 부족으로 물건을 팔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돈이 갈수록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이는 화폐교환 소문이 현재 북한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을 통해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하면서 일정 금액 이상의 구권을 무효화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 주민들은 극심한 재산상의 손실을 보았고 이로 인해 내화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화폐개혁이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근래 들어 화폐교환설이 부상하면서 주민들의 내화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흥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바보라고 국돈을 갖고 있겠는가?’, ‘언제 어느 순간에 화폐교환이 이뤄져 또 손해를 볼지 어떻게 알겠는가?’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북한 시장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외화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이러한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돈대(환율)가 오르는 것이 개인 환전상들 때문이라고 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달래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평안북도 소식통은 “딸라나 비 돈대가 정신없이 올라갔음에도 외화를 파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예전 같으면 돈대가 올랐을 때 국돈을 외화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겠는데 지금은 아무리 돈대가 올라도 외화를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이어 그는 “화폐교환 소문이 내화에 대한 신뢰를 더욱 무너뜨리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돈을 실질적인 화폐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종잇장처럼 여겨지던 국돈이 지금은 종잇장보다 못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