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도로관리원으로 취업하는 北 간부 아내들…이유는?

지방 공장·간석지 건설 등 여맹 노력 동원 과도해…도로관리원 취업해 여맹 탈퇴하는 사례↑

삼지연 동원
양강도 혜산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원들이 트럭을 타고 삼지연시 공사 현장으로 동원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황해북도 지역에서 간부 아내들이 도로관리원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두여성(가정주부)들에 대한 노력(인력) 동원이 수시로 이뤄지면서 일부 간부 아내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도로관리원으로 위장 취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도내 각 시·군마다 도로관리원으로 활동하는 간부 아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여자들이 도로관리원 완장을 두르고 공원이며 역전 광장, 인민병원 등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시·군 당위원회나 인민위원회 간부 아내들”이라고 말했다.

간부 아내들이 도로관리원으로 취업하고 있는 이유는 가두여성에 대한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의 노력(인력) 동원이 과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맹은 최근 여맹원들을 지방 공장 건설 현장과 간석지 개간, 강하천 제방 공사 등 지역 곳곳의 건설 현장에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맹원으로 구성된 돌격대를 조직해 험지 탄원 진출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여맹은 돌격대를 “사회주의 발전과 전진을 추동하는 강력한 부대”라고 지칭하면서 더 어렵고 힘든 곳에 노동력을 보태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이에 일부 여맹원들은 노력 동원을 기피하기 위해 여맹을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간부 아내들의 도로관리원 취업이 증가한 것도 여맹을 탈퇴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여맹의 노력 동원과 험지 진출에 가장 불만이 큰 사람들이 간부 아내들”이라며 “이들은 남편의 평판을 위해 여맹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데다 간부 아내라는 이유로 더 힘든 곳에 자원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력 동원 지시가 끊이지 않자 일부 간부 아내들이 일종의 위장 취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도로관리원이 되면 취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여맹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건설지나 부업지 동원 등 탄원 진출도 피할 수 있다”며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겠지만 하루 2~3시간가량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면 되고 인민반과 기업소들이 도로 구간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선택지”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간부 아내들이 상업관리소나, 급양관리소 같은 곳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이런 곳에 적을 두면 국가계획 지표 달성을 위해 돈을 벌어 와야 하기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다”며 “그래서 요즘은 간부 아내들이 도로관리원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맹의 인력 동원에 시달리는 일반 여성들은 간부 아내들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가 노력을 동원하면 생활비(월급)이라도 줘야 하는데 먹을 것도 안 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노력을 동원하니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많은 여맹원들이 여맹을 탈퇴하는 간부 아내들을 부러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