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주민들, 무료 독감 예방접종 혜택 못 받아…’의료 불평등’

12월 중순부터 시내 중심으로 우선 접종…보급된 백신 양 충분치 않다보니 외곽 지역은 소외돼

북한에서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주민 대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의료 혜택이 시내 중심 도시 지역(동) 주민들에게 집중되고 외곽의 농촌 지역(리) 주민들은 접종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등 ‘의료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독감 백신 부족으로 인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사약(백신) 원천에 따라 시내에 거주하는 주민들부터 우선 접종하고 있다”며 “그렇게 주사를 놓다가 주사약이 떨어지면 어디서 해볼 데가 없으니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변두리 지역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실제 회령시 시내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 농촌 지역 주민 대부분은 현재까지 무료 예방접종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급된 백신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곽 농촌 지역 주민들이 접종에서 소외되기 일쑤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주사약이 충분하면 농촌 지역 주민들도 다 맞을 수 있겠지만 현재 주사약 자체가 부족하다”며 의약품 공급 부족이 이런 의료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북한의 전염병 예방접종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수시로 이뤄졌지만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는 이런 국가적 의료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이 전염병 예방에 더 민감해진 상황에서 이번 무료 독감 예방접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으나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고르게 혜택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사실 농촌 사람들은 대부분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눈이 돌아가는(사정에 밝은) 몇몇 사람만 이런 일을 알음알음 알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은 시내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가서 접종받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 회령시 외곽 농촌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시내에서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시내에 있는 친척 집으로 향했고,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해서 접종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본래 예방주사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에서 맞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인민반장이나 인민반 담당 의사들은 해당 인민반 주민이 아니더라도 친분이 있거나 하면 눈감아주고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해주거나 주사를 놔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일은 해당 인민반에 사정이 있어 접종받지 못하거나 접종을 거부하는 주민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실정을 후에 알게 된 농촌 지역 주민들은 국가 의료 혜택이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자신들의 처지에 절망하기도 한다”며 “주사약 공급이 부족하고 편법으로 접종받는 사례가 있다는 데 불만을 품고 있지만 이에 의견을 낸다고 대책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어서 체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