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함경북도의 한 탄광기계공장에서 방송선전차를 둘러싸고 초급당위원회 조직비서와 선전비서 간 알력 다툼이 불거져 선전 활동에 차질이 생기는 사태까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결정 내용을 선전하기 위해 방송차를 동원한 경제선동이 한창 진행되던 중 발생한 이번 사건은 하부 당 조직 내부의 권력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한 탄광기계공장에서는 경제선동을 위해 나가야 할 방송차가 정해진 시간에 현장에 도착하지 않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에 기동선전대원들이 악기를 들고 작업장 곳곳을 돌면서 생연주로 선동 활동을 이어갔으나 현장 소음 탓에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선반공(旋盤工)의 미간만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공장 초급당 비서는 이를 목격하고 선전비서를 불러내 질책했다고 한다. 이에 또 선전비서는 기동선전대 대장을 호출해 방송차를 동원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했고, 그제야 조직비서의 지시에 따라 방송차가 인근 농장의 퇴비 작업 현장으로 동원된 사실을 알게 됐다.
소식통은 “조직비서가 아무런 협의 없이 방송차를 동원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평소에도 낯내기로 방송차를 자가용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차 관리 권한은 조직비서가, 운영 권한은 선전비서가 맡고 있어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비서는 공장 내 인사 관리와 규율을 총괄하며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고, 선전비서는 당 정책 선전과 사상 강화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선전 활동용으로 방송차를 이용하는 것은 선전비서의 권한이지만 방송차의 유지·보수 등 관리는 조직비서 권한이라 조직비서가 방송차를 사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만이 차량을 보유하고 있어 간부들이 개인적 용무가 있을 때 조직비서나 선전비서에게 방송차 사용을 요청하는데 그러다 보니 조직비서와 선전비서 간에 미묘한 권력 다툼이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방송차 운영 관리를 서로 감시하게 하려고 상부에서 의도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만들었다”며 “간부들 간 관계가 지나치게 좋으면 무엇 때문에 좋은지 오히려 의문을 품는 분위기고, 서로 다투고 티격태격하는 과정에 서로의 비리나 문제가 드러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공장 내에서는 선전비서를 경시하는 조직비서의 태도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조직비서가 방송차를 어디에 동원했는지 선전비서에게 단순히 알려만 줬어도 선전비서가 당비서에게 질책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