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초 현재 북한 시장의 품목 가격 대부분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원·달러 환율의 경우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주민 반응은 소득수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평양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은 2만 21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초 1만 8000원 수준이던 북한 원·달러 환율이 12월 들어 2만원대로 뛰어오르더니 새해 들어서도 계속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5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나 양강도 혜산 등 북한 주요 도시 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평양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초 평양의 원·달러 환율은 8300원으로, 이와 비교해볼 때 현재 달러 환율은 166.3% 오른 상태다. 과거 북한 시장 물가 데이터에서 1년 만에 환율이 이렇게 크게 급등한 사례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처음이다.
북한 원·위안 환율도 지난해 1월 대비 2배 이상 급등했지만, 달러보다는 상승폭이 다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 평양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3200원으로 지난달 22일 가격인 3150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위안 환율인 1250원과 비교하면 현재 가격은 156%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외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북한 시장에서 수입 재화 가격도 2배 가까이 크게 오른 상황이다. 지난 5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kg에 2만 4400원, 2만 1300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가격인 1만 2700원, 1만 1300원보다 92.1%, 88.5% 오른 상태다.
대표적인 수입 식료품인 식용유와 설탕 가격도 지난해 1월 조사 가격과 비교할 때 각각 85%, 97.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 재화 중 유일하게 큰 가격 상승 없이 기존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밀가루다. 밀가루의 경우 일반 주민들의 수요가 높지 않은 데다 국가 무역회사를 통한 제한적인 수입·유통·판매가 이뤄져 아직까지는 가격 등락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돼지고기 가격은 1kg에 3만 1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8% 상승했는데, 이는 환율 상승보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사육두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시장 품목인 식량 가격은 수입 재화에 비해 상승률이 다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8500원으로, 지난해 1월 초 가격(4820원)과 비교해 1년 만에 76%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가격 상승률은 쌀보다 높았는데, 5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강냉이(옥수수) 1kg은 4200원으로 지난해 1월 초 가격(2260원)보다 86% 상승했다.
이렇듯 북한 시장 물가가 1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직장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직급이 낮고, 시장 수입도 많지 않은 경제적 빈곤층은 이 같은 물가 상승에 생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주식을 쌀에서 옥수수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량을 줄이면서 간신히 끼니를 해결하고 있고,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절량세대(絶糧世代·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내부 소식통 얘기다.
다만 대형 기업소나 학교 또는 당 기관 소속이면서 비교적 직급이 높은 간부급 주민들은 이 같은 물가 상승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북한 당국이 기관·기업소의 명목임금을 크게 올린 상황과도 맞물린다.
1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큰 단위로 무역을 해서 원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나 간부급인 사람들은 작년에 월급이 10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대한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국가 정책으로 인해 쌀값이 눅은(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형 기관·기업소에 소속돼 있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혹은 간부층과 일반 주민들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북한 사회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