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뒷이야기①] 한미동맹 균열 파고드는 전략 논의했다

“한국 내 반정부 여론 자극하는 전략 강하게 강조돼”…정치적 혼란 키우는 대남 공작 강화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성과를 총화하고 2025년 계획을 수립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제11차 전원회의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최근 열린 전원회의 보도에서 대외·대남 부문에 관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대남 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정치 혼란기는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언급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예년의 연말 전원회의와 달리 대외 및 대남 메시지가 대폭 축소돼 ‘내수용’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외교 부문에 밝은 평양 고위 소식통은 13일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빈달구지는 아니”라며 “외교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부문 발표가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먼저 “이제 당에서는 ‘대남’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한국이라는 이름이 당적으로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엄 사태 이후 한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 상황과 정세를 면밀히 관망해야 한다는 당적, 국가적, 외교 부문적 판단이 내려져 관련 내용이 통과됐다”며 “지금은 직접적인 개입이나 입장을 표하기 보다는 대외적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발표한 이후 이를 곧바로 보도하지 않고 8일간 침묵하다가 계엄 선포 사실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됐다는 사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했다.

이달 3일에는 “괴뢰 한국에서 12.3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연발하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급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 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여기에 외신의 보도를 인용하는 등 직접 논평을 자제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전략을 수면 아래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소식통은 “한국 내 반정부 여론을 자극할 데 대한 전략이 강하게 강조됐다”며 “한국에서 활동하는 10국 서울지구당원들의 활동이 물밑에서 계속될 것이고 한국 내에서 미한(한미) 동맹의 약점을 파고들어 균열을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연계된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국 내 반미 여론을 확대하고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대남 공작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한미 동맹의 균열과 혼란을 이용해 9차 당대회 이전에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과업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는 점도 논의됐다고 한다. 한미 안보 대응 태세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군사적 과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기존에도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된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고 한국의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한미일의 협력을 와해시키기 위한 기회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단계적 대미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협상 부서를 ‘만가동’해 대응 수위와 내용을 구체화하고 본격적으로 북미 협상을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고위 소식통은 “미국이 계속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협상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전략 기조를 공개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며 “협상 능력을 높이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기조를 밝히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이라는 것이 군사적 행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소식통은 “최강경 대응은 군사적 압박뿐만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모든 수단을 포함하는 종합적 전략”이라며 “그러나 군사적 수단은 언제든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전략이라는 단호한 방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에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고 또 이를 통해 계속해서 한미일 대응 체계를 테스트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