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퇴비 전투’가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 곳곳에서 퇴비 생산 및 운반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를 포함한 양강도 모든 지역에서 퇴비 생산, 운반 사업이 한창”이라며 “기관·기업소, 학교,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 조직별로 수행해야 할 과제량과 담당 농장이 구체적으로 지정됐다”고 전했다.
생산한 퇴비를 지정된 농장까지 직접 운반해야 하는 것은 예년과 다름없지만, 세부적인 과제 수행 방식은 조직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기관·기업소는 종업원들이 협력해 퇴비를 생산하고 조직적으로 농장에 운반하는 반면 인민반은 개별적으로 퇴비를 마련한 뒤 농장으로 운반할 때만 단체로 움직이는 식이다.
실제 혜산시의 한 기업소 종업원들은 오전에 출근해 조회를 마친 후 공동변소(화장실)에 얼어붙은 퇴비를 까내 며칠간 모은 뒤 집체적으로 농장에 운반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사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은 농장에 퇴비를 운반하고 오후 2시쯤 돌아와서는 곧바로 시장에 나가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퇴비를 바쳤다는 농장의 확인증이 있어야 장마당에 들어갈 수 있어 장사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농장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며 “이 나라(북한) 여성들의 한해 고생은 퇴비 생산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10대 아이들까지 퇴비를 싣고 2시간씩 걸리는 농장으로 줄지어 가는 것 모습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이 이 추운 날씨에 농장까지 갔다 오면 손이 꽁꽁 얼어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다”고 했다.
북한은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매년 퇴비 전투에 모든 주민을 동원하고 있으나 정작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오히려 주민들에게 고통과 부담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매년 농업 생산 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한 끼 해결하기도 어려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퇴비 생산에 동원되는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기관·기업소, 학교, 여맹 등 모든 조직이 퇴비 생산 및 운반 사업에 떨쳐나서 기나긴 수레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함경북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목격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새해 벽두부터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누구나 다 총동원해 거름 생산에 이바지할데 대한 지시가 내려와 어느 시·군 할 것 없이 거름을 실은 구루마(손수레) 행렬로 도로들이 뒤덮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청진시만 놓고 보더라도 도로는 온통 거름을 실은 구루마들로 가득 차 있다”며 “도에서 개인당 거름 과제를 지시하고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다 엄연히 해야 하는 과제라고 오금을 박아 모든 주민이 거름더미를 끌고 농장 현지에 출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함경북도는 올해 퇴비 과제를 얼렁뚱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못을 박고, 지정 농장 관계자의 정확한 확인을 거친 확인증을 발급받아 각 조직에 증빙자료로 제출하게 해 과제 수행 여부를 명확히 관리하는 체계를 세웠다는 전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퇴비 과제 집행 실태를 감독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해마다 퇴비 전투가 진행된다는 것을 아는 주민 대부분은 이미 전부터 돈을 주고 분토를 사서 땅속에 저장해 두는 등 나름대로 대비를 해둬 과제를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올해 함경북도에서는 당 및 행정기관 일꾼들이 퇴비 생산에 앞장서며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가 나타나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