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내륙지역 탈북민 가족에 ‘추방’ 위협하며 자수 강요

소식통 “탈북민 가족 불안감에 송금 브로커도 신고...상호 불신 분위기 심화“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1. 지난 13일 함경북도 회령시의 송금 브로커 A 씨는 지난 6월 황해남도에 사는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이 가족의 자수로 드러나면서 보위부에 체포됐다. 그는 시 보위부 지도원 두 명에게 가택수색을 당한 뒤 중국 휴대전화기를 압수당했으며 현재 보위부 구류장에 수감 중이다. 

#2. 지난 15일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브로커 B 씨도 평양에 사는 탈북민 가족에게 지난 7월에 돈을 전달해 준 혐의로 체포됐다. 평양에 있는 탈북 가족과 3번 이상 거래가 이뤄지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전화번호를 줬는데, 결국 이 때문에 잡히게 됐다. 

최근 북한 당국이 내륙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 가족까지 찾아다니며 송금 사실에 관한 ‘자수’를 강요하고 지속된 압박에 결국 북중 국경지역에 있는 브로커들의 신상을 털어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일부 송금 브로커들이 보위부에 끌려가고 있다”면서 “이들에게서 돈을 전달받은 다른 지역의 일부 탈북민 가족들이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체포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보위부는 전 지역 탈북민 가족들을 대상으로 송금 사실을 자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보위원들은 자수하지 않거나 앞으로 돈을 받다가 걸리면 추방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하며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겁을 먹은 일부 탈북민 가족들이 보위원들을 찾아가 그동안 받은 자금을 상납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송금 브로커들의 연락처까지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평양과 평안남도, 황해남도 등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는 ‘추방’이 두려움을 느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협에 이골이 난 북중 국경 지역 주민과는 달리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국경 지역들에는 중국과의 거래를 많이 하면서 불법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고 단속이 심해 추방되는 세대가 많다. 이런 실정으로 국경지역 주민들은 추방에 익숙하지만, 내륙지역의 주민들은 국경 지역보다 추방되는 사람들이 적고 이에 익숙하지도 않기 때문에 ‘추방’이라는 말을 들으면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보위부에 잡혀갔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면서 “연말 실적을 채우기 위한 보위원들이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위협을 가하면서 자수하는 탈북민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브로커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수하는 탈북민 가족들은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추방당할 수 있는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자수한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월 북중 국경 지역 탈북민들을 위협하면서 송금 브로커들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이 같은 행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탈북민 가족들, 韓에서 보낸 돈 받아 놓고 브로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