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시설·기기 상태 대대적 실태조사 착수…의료 기관 ‘당혹’

함경북도 모든 의료기관 대상 점검 진행 중...소식통 "전쟁난 것처럼 분주"

평안남도 고려병원 의료진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에서 급작스러운 보건 부문에 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 착수에 관련자들이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 내각 보건성이 각 도 인민위원회 보건국에 의료 기관 점검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도 보건국은 지난 9일 도내 모든 의료 기관(진료소, 종합진료소, 병원)에 점검을 포치했고, 항목은 크게 의료진 현황, 시설 상태, 의료기기 및 의약품 보관 상태 등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병원 내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관리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단 이 같은 실태 조사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 기관이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병원 내 의료진 수나 근무 경력 및 의료기기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체적 실태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동시 점검에 병원 내부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번 실태 조사에서 병원 내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공급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어서 병원 일군(간부)들이 속앓이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기본 의료기기인 청진기, 침, 부황 기구 등을 국가에서 공급받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마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일군들은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종류와 상태는 의사의 개인적인 경제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와 더불어 환자들도 경제력이 너무 안 좋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있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수군대고 있다고 한다.

도 종합병원은 의료진만 300명이 넘는 대형 병원이라는 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심지어 유사시 임시 갱도 병원(신암구역 교동)과 후보지 병원(은덕군)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됐고, 20일까지 결과 보고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 내부는 마치 전쟁 난 것처럼 정신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어 “(병원 측에서는) 시설 점검과 의료기기 작동 상태 점검을 동시에 진행하며 직원들은 조속히 실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면서 “허울뿐인 병원인데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의사나 환자 모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인민들 모두가 선진의료 봉사(서비스)의 혜택을 마음껏 받도록 (중략) 올해 각 도에서는 자기 지역 치료예방단위들의 의료봉사 수준을 부단히 제고하기 위한 사업들을 힘있게 벌여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보건 의료 체계는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제, 의사담당구역제 등을 특징으로 하지만, 경제 침체와 물자 부족, 비공식적인 의료 체계의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인프라의 노후화와 의료기기의 부족,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북한의 보건 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