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 성적 공개했다가 1시간 만에 회수…학부모들 원성

성적 공개에 따른 후폭풍 우려해 '없던 일'로…"이미 대학 입학 뽄트 대상 정해져 있어서 아니냐"

북한 자강도 희천시 역평고급중학교.(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가 우리의 수능과 유사한 ‘예비시험’ 성적을 공개했다가 불과 1시간 만에 거둬들여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는 지난 8일 오전 10시 ‘예비시험 성적 결과’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교내 중앙 현관에 붙였다가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에 이를 즉각 거둬들였다.

커다란 종이로 된 게시물에는 함흥 시내 고급중학교 예비시험 응시자들의 과목별 점수와 총점 그리고 등수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사전에 예비시험 응시자들에게 “일요일(8일) 오전에 학교 중앙 현관에 성적이 붙게 될 것”이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게시 후 1시간 만에 이를 거둬들이자 미처 성적 등을 확인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소식통은 “물론 예비시험 성적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높으면 대학에 갈 가능성이 있으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한가닥 희망을 가진다”며 “일단 등수에 들면 또 다른 가능성을 궁리할 수도 있어 보고 싶어 한 것인데 1시간 만에 게시물을 거둬들이니 항의가 빗발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대학 진학을 계획한 고급중학교 졸업 예정자들은 매년 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예비시험에 응시한다. 그러나 예비시험 성적만이 대학 입학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별 고사도 치러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에 갈 수 있는 뽄트(T.O)를 손에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교육 당국이 함흥시에 2025학년도에 대학(전문대 포함)에 갈 뽄트로 50명을 할당했다면, 50명만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비시험이나 대학별 고사 성적이 좋으면 뽄트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성적보다는 부모의 권력이나 사회적 배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예비시험 성적이 뛰어나더라도 뽄트를 손에 넣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고, 성적이 낮아도 권력이나 돈으로 뽄트를 손에 넣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부조리가 만연하다는 얘기다.

학부모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식의 성적이 좋으면 대학 진학을 노려볼 수 있으니 다른 응시자들과 비교해 자식의 성적이 어떤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한다는 설명이다.

성적이 좋으면 적어도 학교나 인민위원회 교육부 등에 찾아가 “왜 내 자식은 성적이 높은데 대학에 갈 수 없냐”, “우리 아이에게 뽄트를 달라”며 항의,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함흥시의 한 학교가 성적 결과 게시물을 내걸고 그로부터 1시간 만에 돌연 회수하면서 학부모들이 원성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예비시험 성적을 전체적으로 공개하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와 갈등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게시물을 거둬들인 것이라 설명했고, 개별적으로 문의하는 학부모들에게도 “등수를 알려줄 수 없다”는 말로 일관된 대응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학부모들은 ‘이미 뽄트 내릴 대상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적을 가지고 항의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게시물을 거둬들인 게 아니냐’, ‘자식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부모가 권력이나 돈이 없으면 대학에 못 가는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겠느냐’며 학교의 처사와 현실을 비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