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각 기업소들이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연말 성과를 다그치고 있다. 일부 공장에서는 계획을 초과 수행하면 식료품을 공급하겠다며 당근책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은 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당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도내 시·군 당위원회에 연말 계획을 무조건 완수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일부 공장에서는 계획량을 초과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고강도 노동에 내몰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도당에서 연말 계획을 무조건 달성하라고 계속 지시하면서 어떤 공장들은 노동자들을 하루 10시간 넘게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령탄광기계공장 당위원회는 연말 계획을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며 최근 2교대 근무를 편성한 상태다.
하지만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베어링 등 자재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노동자들은 “자재가 없어서 계획 생산을 못 하는 것이지 우리가 일을 안 해서 생산을 못 하는 게 아니지 않냐”, “기업소에서 자재를 충분히 마련할 생각은 안 하고 애꿎은 노동자들만 들볶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생산을 못 하는 것은 자재나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지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노동자들이 태만해서가 아니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공장 당위원회는 연말 계획량 초과 달성을 위해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나자 연말 계획을 완수하면 설 명절 공급으로 기름, 간장, 쌀 등 식료품을 공급하겠다며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소가 성과급이나 물자 공급과 같은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정작 지급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회령탄광기계공장 당위원회가 연말 계획을 완수하면 설 명절에 물자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실제로 줄지 안 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 ‘그런 거짓말을 믿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해당 공장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도 술 1병씩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술이 부족하다며 전체 종업원의 2/3에만 공급했던 전례가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당근책 제시에도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공장의 물자 공급 약속을 믿지 않는다”며 “노동자들 속에서는 기업소가 당장 눈앞의 성과가 급하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쏟아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