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군인들에게 ‘제대비’를 지급하라고 지시했지만 군부대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실질적으로 제대비를 수령하는 군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은 지난달 중순 “당과 수령, 조국을 위해 귀중한 청춘을 바친 군인들에게 제대비를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제대하는 군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제대비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전군에 하달했다.
통상 북한에서는 의무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군인들에게 제대비라는 명목으로 두달치 생활비(월급)를 지급한다.
군인들의 생활비는 계급에 따라 다른데, 보통 하전사들은 한 달에 북한 돈 1000~3000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전역하는 북한 하전사들이 제대비로 수령하는 금액은 대개 2000~6000원 수준이다.
제대비로 최고 수준인 6000원을 받는다고 해도 이 돈으로는 북한 시장에서 쌀 1kg도 살 수 없을 만큼 적은 액수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령하지 못한 군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대비 미지급에 대한 군인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하전사들이 전역할 때 제대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방성에서 군인들의 제대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대가 자체적으로 제대비를 줘야 하기 때문인데, 거의 모든 부대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서 이를 지급하지 않고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제대하는 군인들이 제대비를 수령하려 하면 입대 및 제대에 대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대렬부 참모들은 ‘이런 푼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냐’, ‘받아도 안 받아도 그만 아니냐’며 대놓고 눈치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워낙 적은 돈이라 받으나 마나 한 것이 사실이지만 단돈 2000~3000원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중교통이 발달돼 있지 않은 데다 열차 운행이 중단될 때가 많아 제대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4~5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경우 교통비뿐만 아니라 식사비, 숙박비까지 들기 때문에 소액의 제대비라도 군인들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부대에서 제대하는 군인들에게 귀향길에 먹으라면서 ‘도중 식사’(도시락)는 물론이고 술, 담배, 쌀 등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군부대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제대하는 군인들에게 쓰다 남은 비누 등 생활용품이나 군복을 두고 가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소식통은 “군부대 사정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제대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고생했다고 선물을 챙겨주는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우(위)에서 제대비를 지급하라고 해도 군부대에서 여력이 안 되면 줄 수 없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소액이라도 제대비 수령을 기대했던 군인들은 제대비마저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곤 하지만, 이것을 문제 삼는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피곤한 일만 생기니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