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지역 양곡판매소들, 식량 판매하며 외화 받아

개인 간 외화 거래 강력 단속하면서 양곡판매소에서의 외화 거래는 허용…주민 사회 혼란 초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하며 한 양곡판매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국경 지역 양곡판매소들이 주민들에게 식량을 판매하며 외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와 청진시의 일부 양곡판매소들이 식량을 판매할 때 외화를 받고 있다”며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단속하는 실정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가 외화를 받아들이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2일 전했다.

일부 양곡판매소들이 간혹 주민들에게서 외화를 받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돈(북한 돈)보다 외화로 받으려 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금지하면서 외화 사용 행위 적발 시 법적 처벌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곡판매소들이 외화를 받고 있는 행태에 주민들은 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요 며칠 전에도 회령시에서 외화를 내화로 바꾸던 돈데꼬(환전상)와 주민이 안전원들의 단속에 걸려 모두 노동단련대로 끌려갔다”면서 “많은 금액도 아니고 200위안을 거래하다 돈은 돈대로 빼앗기고 사람은 사람대로 단련대 생활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장마당에서 몰래 외화 거래를 하다 걸린 상인들도 단속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어렵게 돌려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양곡판매소들에서는 외화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는 부족한 외화를 확보하려는 당국의 의도로 풀이되는데, 이런 정책적 모순이 주민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외화를 가지고 있어도 쓰지 못하게 단속하는데 양곡판매소에서는 대놓고 ‘중국 돈이나 달러가 있으면 달라’고 요구한다”며 “그래서 주민들은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양곡판매소가 외화를 받는 현상은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정작 혜산시의 일부 양곡판매소들에서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판매하면서 국돈보다 위안 등 외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국가가 중국 돈을 사용하지 못하게 주민들을 단속하면서도 양곡판매소에서는 쓰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외화 단속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이런 일에 대해 그저 어이없다 하고 넘겼을 텐데 개인의 외화 거래에 대한 단속은 전에 없이 더 강하게 하니 불만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몇 개월 전부터 하루 사이에 환율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외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고 적은 돈이라도 모두가 외화를 가지고 있으려 한다”며 “장사꾼들도 국돈이 아닌 외화를 받으려고 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부분 거래가 거의 위안화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