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토끼 기르기를 강요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에서는 소학교(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토끼 기르기를 강조하며 더 많은 토끼를 길러 군인들과 건설자들에게 보내주자고 촉구하고 있다”며 “원래 토끼는 학교들에서 키우게 돼있으나 관리가 잘 안되자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키워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토끼 기르기는 전 군중적 운동으로 오래전부터 독려 돼왔다. 이에 학교들에서도 토끼 우리를 만들고 학급별로 토끼를 기르도록 해 한때는 학급마다 학생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토기 우리 청소와 토끼풀을 바치곤 했다.
하지만 토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단 폐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결국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토끼를 기르게 했다. 그러다 교육부에서 검열을 나온다고 하면 학생들에게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학교에 가져오게 해 토끼 우리에 넣고 마치 학교에서 기르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식으로 넘어가곤 했다.
토끼 기르기 운동은 코로나19 때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크게 장려되는 모양새인데, 이는 내달 1일부터 동기훈련에 들어가는 군인들의 몸보신용 토끼곰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알려졌다.
실제 청진시 신암구역의 한 초급중학교에서는 담임 교원들이 “우리 손으로 기른 토끼를 군인들에게 지원함으로써 애국심을 발휘하자”며 학생들을 독려하고 매일 학생들의 토끼 기르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사람 먹을 쌀도 없어 굶는데 짐승을 키워 바치라는 게 말이 되냐”, “토끼는 공기만 먹고 사느냐”는 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현물이 없으면 현금으로 대체해 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초급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청진시의 한 여성은 “학교에서는 애국심을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3kg 이상 되는 토끼를 길러 바치라고 하는데 내 자식도 배불리 먹이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사는 데 뭐를 바치라고 하면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 여성은 “가운데서 자식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학교에 가서는 바치라는 과제를 수행 못 해 교원들한테 꾸중듣고 집에 와서는 부모들에게 화풀이를 당하니 자식들이 얼마나 상처를 안고 살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만 지는데 학교나 인민반 등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는 계속해서 늘어만 나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어려운 살림에 자식들의 과제를 제대로 보장해 줄 능력이 안 되는 부모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자식들은 부모들이 학교에서 제기되는 모든 과제를 잘 지원해 주기 때문에 모범 학생으로 대우받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자식들은 부모들이 지원해 주지 못하는 형편에 직접 나서야 하니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