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기지에 대한 보위국 검열에 분위기 얼어붙어

외화벌이에 반사회주의 요소 끌어들이지 말라 경고…"국가계획분 채우려면 어쩔 수 없는데..."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는 트럭.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보위부가 도내 외화벌이 기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열에 돌입해 분위기가 바짝 얼어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도(道) 보위부가 파견한 검열조가 도내 외화벌이 기지들에 대한 검열에 들어갔다.

이번 검열은 분기마다 시행되는 정기 검열의 일환이지만, 외화벌이 기지에 소속된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검열조는 본격적인 검열에 돌입하기에 앞서 “이번 검열은 괴뢰한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이 우리의 대외무역을 방해하고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기 위한 불순한 목적으로 펼치는 공작을 막아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번 검열의 초점이 외화벌이 과정에서 한국이나 미국 등 적대 세력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은지, 기지 부원들이 반사회주의 사상에 젖어 있지 않은지 등을 점검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검열조는 “우리 내부로 적대 세력의 불순물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며 “적들이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기 위한 수작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열조는 또한 “적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정치사상적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조직에 모든 것을 보고하며 반성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자신을 보호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검열조는 김씨 일가의 초상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이른바 ‘모심사업’ 검열을 시작으로 사무 공간에 선전 벽보나 구호가 잘 부착돼 있는지 살피고 있으며, 정치학습 강연회 실시 보고서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의 참여 실태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열조는 외화벌이 기지가 상부에 납부하는 국가계획분을 벌어들이는 과정을 상세하게 들여다보면서 불법적인 행위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지도 꼼꼼하게 검열하고 있다.

소식통은 “상부에서는 국가계획분에 맞춰서 돈을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외화를 어떻게 버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데 보위부는 외화를 어떻게 벌었는지 세밀히 설명하라고 하니 외화벌이 기지 소속 부원들이 피곤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보위부 검열에서 작은 문제라도 발견되면 자칫 간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부원들은 검열조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외화벌이 기지 부원들은 검열조와의 개별 면담에 특히 긴장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 부원들을 한 명씩 불러내 장시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기지 책임일꾼들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원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간부들이 외화벌이 과정에서 개인 잇속을 챙기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 않은지 제보를 받거나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내부에서는 이번 도 보위국의 검열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외화벌이 국가계획분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이 불법이라고 단속하는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도 이용해야 하고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무역 활동도 해야 하는 데 무작정 모든 활동을 내밀하게 검열하면 어떻게 외화를 벌 수 있겠냐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