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전화 사용과 이관(송금) 행위 단속에 혈안인 북한 당국이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은 집을 사서 이사만해도 보위원들의 ‘요주의 대상’에 오른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집을 구매한 한 탈북민 가족이 보위부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보위부는 탈북민 가족에게 집을 구매할 돈을 어디서 났는지를 계속해서 추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탈북민 가족은 곧 무너질 듯한 낡은 집에 살다가 지난달 새집을 구해 이사를 마쳤다.
그런데 원래 거주하던 곳의 담당 보위원이 이들이 이사한 새집까지 찾아와 “돈이 어디서 생겨 집을 샀느냐”, “한국에서 돈을 보내왔나”, “그렇다면 돈을 전달해 준 사람을 알려달라”는 등 집요하게 캐물었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가족이 보내온 돈으로 집을 산 것이었지만, “우리가 집을 산 것이 뭐가 문제인가”, “왜 이사온 집까지 따라와서 사람을 못살게 구느냐”, “돈을 가져다준 사람도 없고, 평생 꼬깃꼬깃 모은 돈으로 산 것이다”라면서 거세게 항의하고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보위원은 두 차례 더 이들의 집을 찾아 “돈을 전달해 준 사람만 알려달라”며 회유와 협박을 했다. 그런데도 탈북민 가족이 계속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이 보위원은 이들이 한국에서 불법 송금을 받았다는 경위서를 작성해 시 보위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담당 보위원이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 준 사람을 알아내 돈을 뜯어내고 송금 브로커를 적발했다는 성과를 내려고 했는데, 끝까지 잡아떼자 결국 이들을 시 보위부에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보위부는 이 탈북민 가족을 체포하진 않았으나 이들을 지속 불러내 집을 산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재 탈북민 가족들은 한국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조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위부가 정확한 물증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탈북민 가족을 불러 조사하자 이를 아는 주민들은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식통은 “자기 돈으로 집을 사도 보위부가 돈의 출처를 따지며 사람을 못살게 구니 말 그대로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며 “일반 사람들에 대한 감시도 심한데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는 끔찍할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 탈북민 가족은 이미 집을 구매한 상태여서 스스로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한 보위부가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조사를 받는 것이 시끄럽고 귀찮긴 해도 보위부 감시를 피해 한국에서 보낸 돈을 무사히 전달받고 집까지 산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돈을 받고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회수당하는 집들이 많은데 이 집은 집까지 샀으니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