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곡물 가격이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절기상 곡물 가격이 높은 때지만 현재 곡물 가격은 예년 이맘때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7700원에 거래됐다. 2주 전인 지난달 27일 혜산 시장의 쌀 가격이 7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나 급등한 것이다.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이 7700원까지 오른 것은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처음이다.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 쌀값의 경우에는 혜산만큼 오름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우상향하면서 7000원대 중반 선을 넘어 강보합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평양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각각 북한 돈 7500원, 7550원에 거래돼 2주 전 조사 때보다 1.4%,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쌀 가격이 상승하면서 현재 북한 지역 평균 쌀 가격은 작년 11월 중순보다 1.48배, 재작년 11월 중순보다는 1.26배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시장의 강냉이(옥수수)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신의주였는데, 지난 10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북한 돈 340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13.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혜산에서도 옥수수 가격이 직전 조사 때보다 9.4% 상승해 1kg에 3500원에 거래됐다.
11월 중순 현재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비축돼 있던 지난해 곡물량이 부족해지는 시기라는 점, 또한 최근 달러 및 위안 환율이 급등하면서 곡물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을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 외화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상태로 파악된다.
평양의 물가 조사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1월 7일 조사 때보다 현재 쌀 가격은 55.6%, 옥수수 가격은 41.6%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대표적인 수입 재화인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올해 초와 비교할 때 각각 50.4%, 54.0% 상승했으며, 수입 식료품인 식용유는 56.7%, 설탕은 60% 올랐다.
다만 수입 재화 중 밀가루 가격 상승률이 유독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0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밀가루 1kg은 8500원에 거래돼 지난 1월 당시 거래가보다 4.9%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시장의 밀가루 가격은 지난 3월에서 7월 사이에 1kg당 1만 170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8월부터 안정화되기 시작해 현재 8000원대 초중반 사이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밀가루 가격 상승률이 다른 재화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은 당국이 밀 농사를 확대하면서 밀 생산량이 다소 높아진 것과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의 공급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올해 밀 농사가 “예년에 없는 풍작”을 이뤘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산된 밀의 양이 시장 밀가루 가격 하락을 견인할 만큼 많지 않은 데다 북한 시장에서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3월은 절기상 밀 수확이 이뤄지는 때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밀가루 가격 하락은 수입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