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김정은은 평안북도 신의주시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갔다. 신의주 하단리로 밝힌 곳은 위화도 지역으로 압록강 건너 중국 단둥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김정은은 수해복구 현장에서 건설 수준에 만족하며 12월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 노동신문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그들의 건강과 생활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돌리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복구건설 현장까지 찾으시어 건설자들의 생활조건 보장을 위한 중요 조치를 취해 주신 데 이어 계절에 따르는 필수용품들까지 보내주시는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셨다”고 선전한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일하는 군인들과 청년돌격대에게 선물을 보내주었다며 선물전달식까지 열었다. 그러면서 인민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애민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선전한 이 지역은 중국 단둥과 가깝다 보니 중국 쪽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한 모습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그 실상을 보면 북한당국이 노동신문에서 선전하는 것이 얼마나 거짓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30만 명의 청년돌격대가 자원해서 수해복구 현장으로 갔다고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말 그대로 청년들의 노동이 연일 이루어지고 있다. 마실 물이 없어 수해복구 현장 바로 옆에 있는 압록강에서 물을 떠서 마시는가 하면, 천막으로 겨우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공개되었다. 화장실은 물론 마실 물조차 마땅치 않으니 고된 노동 이후 제대로 씻을 수 있는 곳조차 마련되지 않은 그야말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8월 6일 평양에서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수해복구 진출식까지 개최하면서 이들의 임무가 얼마나 가중한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실제로 중국 쪽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24시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해 현장에 우뚝 세워진 14층 규모의 아파트는 외형만 보면 단기간에 이루어낸 기적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그야말로 깡통주택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터파기 공사도 없이 시멘트 블록을 그냥 쌓아 올린 건물로 그 안전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중장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가래질로 들것으로 자재를 나르며 건설을 하는 모습은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건설을 하는지 아연실색할 정도다. 심지어 김정은이 현지지도했다는 건설장에도 이른바 건설자 비계는 나무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세상에 고스란히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의 은덕을 강조하며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김정은이 선물을 보내줬다며 전달식을 열며 선물을 가득 쌓아놓은 장면은 북한 인권의 열악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정은이 12월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사 진척 속도를 높일 것이다. 그만큼 청년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꿈과 미래를 위해 살아갈 청년들이 독재정권의 노예가 되어 노동 현장에 동원되는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의 포악함과 잔인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 장면을 보고 어찌 분개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압록강 너머 중국에서 이런 영상이 촬영되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북한의 선전만을 그대로 보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북한 사례가 그렇게 베일에 가려졌던 것처럼 말이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속이고 감추려 해도, 수해복구 현장의 열악한 실상은 세상에 알려졌고, 독재자의 가면은 벗겨졌다.
계절에 따른 선물을 보냈다고 할 만큼 이 지역은 벌써 추운 겨울에 접어들었다. 지난 8월에 파견된 이들이 겨울옷을 제대로 챙겨 왔을 리는 만무하다. 대체 그들의 삶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관심이 그들을 살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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