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며 체제 결속을 위한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도 평양에서는 당 선전일꾼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대(對)주민 사상 단속을 주문하는 강연회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평양시 당위원회 선전부가 지난 6일 시안의 각 구역당과 주요 공장·기업소 당위원회 선전일꾼들을 대상으로 시당 청사에서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강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민족과 통일 개념을 부정하고 이를 지난 10월 헌법에 반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사상 분야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와 ‘국가 상징’을 강조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시대 핵심 이념과 국가 상징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선전일꾼들에게 당부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강연에서 시당 선전부는 ‘우리국가제일주의’와 ‘국가 상징’에 대한 학습을 새롭게 전개하고, 선전일꾼들이 당원 및 근로자들에 대한 사상 사업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강연회에서는 우리국가제일주의 정신으로 주민들을 교양하며 국가 상징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인민들의 정체성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당 사상 전선의 제일선에 서있는 선전일꾼들이 먼저 인식하고 당원, 근로자들에게 강력하게 인식시킬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당 선전부는 한 해를 결속하는 올해 연말까지 우리(북한)의 국기, 국장, 국화(목란), 국견(풍산개), 국수(소나무), 국어(평양문화어)의 상징성과 우리국가제일주의의 중요성을 집중 학습시키도록 당 선전 부문 일꾼들에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우리의 국기’ 노래를 교육과 문화 활동에서 생활화하도록 해 애국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시당 선전부는 국가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과 국가 상징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것이 우리(북한)와 한국을 명확히 적대국가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단순히 대남 적개심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각인시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평양에서는 우리국가제일주의와 국가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민 대상 사상교육이 지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민족 부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몇몇 평양 시민들은 50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슬기롭고 용맹한 단일 민족이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언어와 전통을 함께한 민족애를 부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을 적대국가로 각인시키는 사상교육이 향후 북한의 핵심 체제 결속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민족 부정 정책의 부작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