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들에서 학생들에게 계급의식을 심는 강연회가 매주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부터 회령시를 비롯한 도내 초·고급중학교들에서 학생들에게 계급의식을 심어주는 강연회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다”며 “통상 이런 강연회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매주 진행되고 있어 학생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일 회령시의 초·고급중학교들에서는 학급별로 ‘투철한 계급의식과 계급 투쟁의 원리를 깊이 새기자’라는 제하의 강연회가 진행됐다.
강연회에서 강연자는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원수)들을 끝없이 미워하며 혁명의 원쑤들과 끝까지 싸울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피로써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을 굳건히 지켜나가자”며 학생들이 투철한 계급의식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강연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제와 한국괴뢰들은 우리의 혁명 선열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우리의 사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악랄한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착취와 압박에 대해 말로만 듣고 전쟁의 시련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청소년들은 불구대천의 원쑤들의 침략적 본성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멀리 보지 말고 지난달 대한민국의 평양 무인기 침투 도발 행위만 봐도 우리의 사회주의를 위협하는 적들의 반공화국 모략 책동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최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내미는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연회는 45분간 진행되고 이후에는 참가 학생들에게 강연 내용을 되묻는 시간으로 이어지지만,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강연회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내용을 주의 깊게 들을 리가 없다”면서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어김없이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과거에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미제와 한국괴뢰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면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계급 교양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헌법에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시킨 북한 당국이 청소년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심는 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교양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어떤 학생들은 몇십 년을 이어 소원이라고 외치던 ‘통일’이라는 말도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갑자기 같은 민족을 적이라며 끝없이 미워하라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고, 또 어떤 학생들은 우리가 한국 영화나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단속해도 안 되니 적이라면서 투쟁하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몇몇 학부모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속마음을 터놓는 말을 하면 안 된다”며 자식들을 입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정세가 긴장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학생일지라도 정치적 성격을 띠는 발언을 하게 되면 자칫 집안 전체가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