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北 최정예 ‘폭풍군단’의 러시아 파병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을 결정했고, 북한 전투부대가 러시아 극동에서 주둔 및 적응 훈련 중이라는 최근 보도가 있었다. 북한군 훈련 및 주둔지는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등 4곳에 분산돼 있으며, 이곳에 보내진 병력은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11군단, 일명 ‘폭풍군단’인 것으로 알려진다. 적응 훈련이 끝난 북한군은 전쟁터 최전선에 투입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추가 병력 파병은 연말까지 연이어 지속된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북한 병력 훈련 및 주둔지 현장의 모습을 최근 국정원 보도자료와 함께 구글어스 위성사진에서 살펴봤다.

◆北 특수부대 해상 이동 경로

북한 특수부대 병력이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타고 1차 기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는 국정원 발표가 있었다. /사진=구글어스

국정원은 10월 18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10월 초순~중순에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해상 이동 경로는 북한 병력이 청진, 흥남, 무수단 인근 지역에 집결해서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1차 기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는 청진항에서 해상으로 240km, 무수단에서는 340km, 흥남항에서는 540km 거리에 이른다. 북한 병력은 중간 기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하여 러시아 극동 주둔지 4곳에 분산 배치되어 적응 훈련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극동 北 병력 훈련 및 주둔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특수부대가 극동 4곳에 분산 배치돼서 적응 훈련 및 주둔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구글어스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 극동에서 훈련 및 주둔을 한 곳은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벤셰스크 4곳인 것으로 확인된다. 유라시아 열차를 타고 병력이 이동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직선거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각기 70km, 670km, 860km인 것으로 파악된다.

4곳 러시아 군사기지 중에서 훈련 및 주둔지가 파악된 우스리스크와 하바롭스크 2곳을 국정원 보도자료를 참조하고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확대해서 함께 살펴봤다.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 ‘폭풍군단’ 훈련 및 주둔지(우스리스크)

북한 병력 400여 명이 우스리스크 공수여단 기지 연병장에 운집해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사진=(배경)구글어스, (확대)에어버스(NIS 공개)

미국의 민간 위성 전문가 제이콥 보글은 10월 18일 자유아시아방송(FRA)에서 국정원이 보도한 우스리스크 훈련지가 러시아 제83 독립 공수여단 기지라고 밝혔다. 제이콥 보글이 DB 자료와 GIS 분석을 통해 러시아부대의 성격을 파악한 것이다. 국정원은 우스리스크 기지에서 북한 병력 400여 명이 연병장에 운집해 있다고 밝혔는데, 이곳이 공수여단 기지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병력이 이곳에서 공수 특전 훈련도 같이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병력은 최정예 부대인 11군단, 일명 ‘폭풍군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예하 최정예 특수부대로, 한국의 특전사에 해당한다. 1986년 1.21 청와대 습격 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모체로 창설된 것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적진 후방 깊숙이 침투해 적진 교란 및 혼란을 야기하고 주요 시설 파괴, 요인 암살,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한편, 지난 3월 15일 북한 모처에서 있었던 공수부대 (항공육전대) 훈련 당시에는 강풍으로 낙하산이 뒤엉키면서 제대로 펴지질 않아서 대원들 10여 명이 그대로 수직 낙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날 김정은은 딸 주애와 함께 공수 훈련 참관을 했고, 특수작전군 병사들이 상공에서 추풍낙엽같이 떨어지고 생목숨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경했다고 한다.

◆북한 기갑부대 훈련 및 주둔지(하바롭스크)

하바롭스크 전차연대 기지에는 북한 병력 240여 명이 운집해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사진=(배경)구글어스, (확대)에어버스(NIS 공개)

하바롭스크에 있는 러시아 군사시설에는 북한 병력 24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국정원이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곳은 러시아 제240 전차연대 본부와 훈련장이 있는 곳이며, 북한 특수부대 ‘폭풍군단’이 훈련 및 주둔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콥 보글이 자유아시아방송에 공개한 자료에 기초해 살펴보면, 러시아 전차연대 본부와 사격장의 위치와 모습이 확인된다.

전쟁터로 보내질 ‘폭풍군단’ 군인들은 평소 고강도 실전 훈련으로 다져져 한반도 산악 지형 작전에는 매우 숙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형은 산이 거의 없고 전선이 사방이 트인 개활지여서 북한 게릴라 특수부대의 매복 및 기습 작전 활동이 유럽 전장에서도 제대로 역량이 발휘될지는 의문이다. 몇 국내외 군사전문가들로부터는 이들이 최전선에서 총알받이 운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온다.

금번 국정원의 ‘北 러시아 파병’ 정보 출처 및 내용 공개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급한 공개였다는 비난이 있었다. 러시아 측이 이번에 노출된 정보에 따라 군사 훈련장을 다른 지역으로 변경하고 은폐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비난한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의 타성적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싶다. 과거에 미 국방부도 두만강역-하산역 간에 무기 적재 열차가 운행 중인 것이 정찰 위성사진에 포착됐고, 미국이 이를 북-러 무기 거래 증거로 공개한 바 있다.

국정원의 이번 공개는 시의적절했다. 뒤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북 병력 파병’ 사실 확인 보도가 잇따르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졌고,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 및 확인하는 보도가 나온다. 만약 이번에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보도했다면, 일부 정치권에서는 우리 안보당국과 현 정권을 함께 싸잡아서 무능을 지적하는 질책을 한참 쏟아냈을 것이다. 삐딱한 시각을 가진 불만 집단에는 세상만사 못마땅하고 온통 지적질 거리만 눈에 띄는 것이다. 우리 안보당국은 이번 일부 정치권 지적과 비난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치권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시 상황과 이와 연결된 한반도 안보를 걱정하고, 긴급 대책을 함께 머리를 맞대 숙의하는 것이 진정 먼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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