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안남도 장산탄광 인근 야산에서 주민들이 채취한 산 열매를 강탈하려던 군인들이 몰매를 맞고 기절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장산탄광 인근에서 9월 중순부터 도토리, 오미자 등 산 열매 채취가 한창인데 이달 중순 2명의 군인이 길목을 막고 주민들이 주운 도토리를 빼앗으려다 되려 두들겨 맞아 기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장산탄광에서 일하는 한 제대군인 청년은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밤 근무를 마친 뒤 쉬지도 않고 산에 올라 도토리를 줍고 내려오던 길에 군인 2명을 맞닥뜨렸다.
그는 도토리가 든 배낭을 빼앗으려는 군인들에게 힘으로 맞섰는데, 바로 앞서 같은 상황을 겪었던 한 청년이 이 싸움에 가세해 결국 군인 2명이 기절해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장산탄광 인근 지역 주민들은 매년 이맘때쯤 산에 올라 열매와 약초를 채취해 생계를 보충하고 있다”며 “그때마다 토비(土匪) 짓을 하는 놈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인민군대 군인들”이라고 말했다. 도적 떼라는 의미의 ‘토비’는 북한에서 주민들을 괴롭히는 군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북한에서 보기 드물게 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장산탄광 주변 일대는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인민군 11군단 산하 병기창 등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에 군인들은 위수구역이라는 명목으로 길목을 막아서고 주민들이 채취한 열매 등을 빼앗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소식통은 “위수구역이면 들어가는 것부터 막을 것이지 내려올 때만 길을 막고 채취한 산 열매와 배낭까지 모두 빼앗으니 주민들도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군인들이 산 열매를 강탈하는 일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주민들도 잠자코 당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 2명이 산 열매를 강탈하려다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고 기절한 일은 주민 사회에 소문으로 빠르게 퍼졌고, 이에 일부 주민들은 “속이 시원하다”며 통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군인들이 주민들을 폭행하는 일은 자주 있었어도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맞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몇몇 군인들이 후에 동료 군인들을 때려눕힌 이들을 찾겠다며 산에 오른 주민들에게 수소문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군대 내에서도 딱히 상부에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저 군인들이 자체적으로 복수하려는 차원에서 때린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해당 지역 군인들은 이번 사건 이후 건장한 남성 주민들은 건드리지 않고 여성들이나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탈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