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강도 강계시 소재 26호 군수공장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집과 재산은 물론 아내까지 잃는 비극을 겪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강계시 26호 군수공장 병원 렌트겐(방사선) 의사 3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중순 1만 위안을 주고 신혼집을 구매한 데서 시작됐다.
강계시 강서동에 위치한 이 집의 원래 주인이었던 40대 부부는 탈북을 계획하며 급히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집을 내놨는데, A씨는 이들 부부의 계획을 전혀 모른 채 그저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살 생각으로 해당 집을 구매했다.
그런데 이 부부가 탈북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 보위부 정보원인 인민반 이웃에 의해 신고되면서 A씨는 자신과 무관한 탈북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A씨와 그의 아내는 탈북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지난 4일 도 보위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결국 탈북 기도자들을 도왔다는 것으로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탈북을 시도한 주민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그와 연관된 주민에게도 가혹한 처벌을 가함으로써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소식통은 “일주일간 조사를 받은 끝에 올해 초에 올린 결혼식 부조금과 그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신혼집과 가장집물이 몰수된 의사는 빈털터리로 석방됐는데 여기에 아내마저 이혼하자는 쪽지를 써놓고 가버려 결과적으로 그는 집과 재산, 아내까지 모두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A씨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이웃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제대군인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성실히 살아가던 그가 하루아침에 한국행 기도자에게 자금을 대준 동조 대상으로 취급받고 빈털터리가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모두 기막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씨에게 집을 팔고 탈북을 시도하려 했던 40대 부부는 이달 말 국가보위성 산하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수공장이 밀집한 특수 지역이라 국가 공급이 다른 곳에 비해 그래도 조금이나마 있는 자강도에서조차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북을 선택하려는 주민이 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탈북 사건과 무관한 죄 없는 26호 군수공장 의사에게 내려진 재산 몰수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