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폭우에 따른 압록강 범람에 집을 잃은 수재민들이 북한에서 ‘반년 식량’으로 불리는 김장을 못 하게 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당 창건일(10월 10일)께 새 살림집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태껏 진행 중인 건설 공사에 불안감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0월 10일까지 수해복구 살림집을 완공하라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지금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완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신의주와 의주 지역 수재민들은 살림집 입사(입주)가 늦어져 김장 시기를 놓칠세라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수해가 발생한 신의주와 의주 지역에 4400여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10만 명이 넘는 살림집 건설자들이 수해 지역에 상주하며 살림집 건설 공사에 나서고 있다.
소식통은 “앞서 건설 현장에서는 당 창건일까지 살림집 완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봐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러다 지난달 말 원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질을 중시하라는 지침을 내리셔서 현장의 건설 일꾼들이 한숨을 돌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수해가 발생한 평안북도 지역을 또다시 찾아 “수재민들의 아픔을 하루빨리 가셔주고 피해지역의 생산 및 생활 질서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현시기 우리 당과 정부 앞에 나서는 최급선무적인 과업”이라며 “최단기간 내에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해 복구 속도와 질을 모두 높이라는 난해한 요구인 셈인데, 현지 건설자들은 “건설물의 질을 철저히 보장하는데 언제나 첫째가는 힘을 넣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에 주목하면서 일단 시간은 벌었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건설 현장과 달리 수재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림집 완공이 11월 중순께나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재민들은 “입사 시기가 늦어져 김장을 못 하면 직접적인 생계 위협이 된다”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배추나 무를 거둬들여 김치나 염장(절임)을 해서 반년 부식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이(김장) 시기를 놓치면 그야말로 반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건설 사업으로 많은 인원이 몰려 채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김장 시기까지 놓칠까 봐 수재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신의주와 의주는 물론 주변 군들의 농장들까지 나서 돌격대들에 배추, 무, 호박, 가지, 오이, 고추 등 모든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공급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사람들은 ‘돌격대가 농촌의 모든 남새(채소)들을 싹 쓸어간다’며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