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관장의 불륜 목격한 군관, 분노감에 이성 잃고…

흉기 휘둘러 살인…이번 사건 계기로 군관 사택 방문 금지령 내려지자 하전사들은 반색

북중 국경 지역인 북한 함경북도 남양 일대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의 함경북도 경원군 주둔 국경경비대 한 부대에서 치정 관계에 의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사관장(부사관)이 군관(장교) 사택에 드나들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 이를 계기로 하전사들의 군관 사택 방문 금지령까지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경비대 27여단 소속 중대장은 지난달 28일 새벽 자신의 아내와 같은 부대 사관장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이 두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사관장은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중대장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대장은 며칠간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와 사관장의 부적절한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분노가 끓어올라 이성을 잃고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현재 중대장은 직위가 해제돼 여단 보위부에 구금된 상태에서 처벌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사관장은 생활제대(불명예제대)를 하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대대 정치부에서는 해당 사건에 관한 불미스러운 소문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군인들에게 철저한 입단속을 명령했다. 하지만 사건은 경원군 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빠르게 퍼졌다.

사건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중대장이 식량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사관장과 가깝게 지낸 것 아니겠냐”, “사관장을 집에 끌어들인 중대장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아내가 잘못을 하긴 했으나 남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니 안타깝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관장은 대개 중대 식량 보급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고 있다. 중대 하전사 몫의 식량은 물론 군관과 그 가족들의 식량을 대대 후방부에서 공급받아 이를 배분하는 역할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관장은 피복(군복)과 비누 등 생활필수품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군관들도 사관장과 가깝게 지내면서 후방 물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노력한다.

소식통은 “사관장의 장부 놀음에 따라 쌀 1g이라도 더 차례지니 군관이나 그 가족들은 사관장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이번 사건도 중대장이 사관장과 잘 지내기 위해 집까지 드나들게 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 이후 27여단은 하전사들의 군관 사택 방문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이런 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군관들은 일상적으로 휴일마다 하전사들을 집으로 불러 뙈기밭(소토지) 관리, 굴뚝 수리 등 온갖 집안일을 시킨다. 이 때문에 하전사들은 이번 여단의 명령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군관과 그 가족들은 하전사들을 머슴처럼 부린다”며 “이번 사건에서 사관장이 중대장 집에 드나든 것은 다른 목적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일반 하전사들이 군관 집에 가서 잡일을 하지 않게 돼 잘됐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