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가을이 왔지만, 한숨만 깊어 간다…방도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북도 은파군 강안농장과 금천군 월암농장에서 결산 분배를 진행하였다”며 “애국의 열정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알곡 생산의 발전을 이룩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농촌의 벼 가을이 종료되면서 당국과 농민, 도시 돈주와 농민 사이 갈등이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 12일 개천시 보부농장 농민이 돈주와 싸우다 돈주가 데려온 사람들에게 얻어맞아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알려왔다.

병원에 실려 간 농민은 봄에 식량이 없어 돈주에게 10kg을 빌렸는데, 환율와 곡물가 상승으로 50kg을 물어내게 돼 좀 봐달라고 사정하다 맞았다고 한다. 1개를 주고 5배를 가져가는 엄청난 고리대다.

소식통에 의하면 액수에 차이는 있지만 평안남도 개천시 보부농장의 농장원 90%가 빚을 지고 있다. 자기 땅도 없는 농민들은 국가에 의무 수매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식량의 50~70%를 때우고 또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소식통은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당하는 농민의 입장에 서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가을이 왔지만, 북한 농민들은 시름은 깊어 간다. 벼 가을이 마감되면서 봄에 진 빚을 갚아야 하나 노동당과 정부는 여름내 애써 지은 농사의 수확물을 군인들에게 총을 메워 현장에서 지키고 있다 받아 간다. 도시 물주의 압력도 장난이 아니다.

김정은과 노동당은 집을 몇 채 지어주면서 농촌진흥을 떠들고 그 무슨 배려를 운운하고 있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입사증을 받아 들고 분위기 타서 감사를 표시하지만, 집 건설하면서 가져다 쓴 돈을 가을에 분배받은 내년 식량으로 갚아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근심은 깊어만 간다는 것이 실제 집을 받은 농민들의 말이다. 집은 있어도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현실인 것이다. 농민들은 집보다 안정된 가계 경제를 바라고 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 이번에 개발 협력 현장 모니터링으로 방글라데시의 농촌을 가보았다. 북한에 비해 자연 지리적 조건은 정말 불리하지만 국제 사회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방글라데시 농민은 스마트 기술 도입, 작물 품종 개선, 저활용 토지의 경작 확대를 통해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필요한 자금을 정부가 대주지 못하지만, 현지 농민들은 국제 사회에 호소하여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 기회를 잡아 일단 굶주림은 면하고, 목장도 짓고, 축산업을 통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 농촌은? 농민들은 아마도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란 말도 모를 것이다. 이런 사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자금이 필요한 농가와 농장의 경영에 다양한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다. 현시점에서 북한 농장의 잠재적인 자금 수요를 감안한 해외 투자,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투자나 다양한 비즈니스를 도입하면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북한 중앙은행, 상업은행이나 정부 기관보다 진심이 담긴 해외 NGO의 소액 투자나 기업투자를 받으면 투자수익과 농민 소득 증가 모두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정보를 알기만 하면 소액 투자에 대한 농민과 농장, 작업반 단위로 관심이 높아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 농촌 같은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의 기회를 얻기 위해 북한 농민들은 국제 사회에 호소하고,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진심으로 농민을 위한 농촌진흥을 원한다면 유연한 자세로 제도를 바꾸고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자율성이 보장된 제도 환경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를 받으면 빚 단련 때문에 고생도 하지 않고 농장의 수익과 농가 소득 모두 가능하다. 중요하게는 농촌·농장·농민 재정자립도와 지속 가능한 재원 방안 마련이라는 관점에서도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