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회령시 농장의 농장원들이 북한의 주요 국가기념일인 당 창건일(10월 10일)에도 쉬지 못하고 가을걷이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농장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농업경영위원회는 지난 10일 당 창건일에도 ‘가을걷이 최후 돌격전’을 명목으로 모든 농장원들을 농장에 출근시켰다.
북한 농장원들은 가을걷이철이면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도 10월 10일 같은 국가기념일에는 반나절이라도 휴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 창건일은 가을걷이 기간 중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유일한 날이어서 농장원들은 이날 휴식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당 창건일에도 정상 출근해 일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농장원들은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회령시의 한 40대 농장원은 “우리도 사람이다. 매일 소처럼 일하고 있는데 하루 정도는 휴식을 줘야 하지 않냐. 당 창건일은 국가 명절이라 전국이 다 노는데 왜 농장원만 일을 시키느냐”며 간부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소식통은 “추수 때에는 일손이 부족한데다 모든 작업반이 담당 업무를 세분화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결근하면 작업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며 “그래서 농장원들은 당 창건일 정상 출근 지시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했다”고 전했다.
특히 농장의 간부들은 가을걷이가 시작된 이후 매일 ‘개근’을 강조하면서 추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면 분배 시 ‘배려박(조금 더 챙겨준다는 의미)이 있을 것”이라며 농장원들의 출근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농장원들은 한 알의 낟알이라도 더 받기 위해 간부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그들의 요구대로 매일 농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장원 대부분은 가을걷이철에 매일 농장에 나가 하루 종일 일하는데도 식량 부족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큰 허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고강도 노동에도 수확량이 충분치 않으면 배를 곯아야 하는 현실을 비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가을에 알곡이 부족하면 다음 해 3월부터는 고리대를 써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다”며 “올해는 큰물(홍수) 피해로 농장원들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뙈기밭도 소출을 기대할 수가 없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농장원들은 고단한 농장원의 삶을 자녀에게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암담한 심정을 표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의 한 50대 농장원은 올해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에게 농사일을 시키고 싶지 않아 인맥과 뇌물을 동원해 딸을 일반 기업소에 취직시키려 했으나 부모가 농장원인 탓에 기업소 취업이 좌절돼 결국 현재 농장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당 창건일에도 쉬지 못하자 50대 농장원은 “농장원들이 시내 사람들보다 못한 게 뭔가. 기업소에 다니는 사람들은 당 창건일에도 벤또(도시락)을 싸가지고 놀러 다니는데 우리는 뭐가 모자라 죽을 때까지 농사일만 해야 하냐. 이런 삶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