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급중학교 남학생들, 탄광 전선 몰래 끊어 팔았다가…

관리소행 예상됐지만 노동교화형 15년 선고받아…나이 어린 데다 생계형범죄라는 점에서 경감

평안남도 덕천시 남덕청년탄광
평안남도 덕천시 남덕청년탄광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고등학생들이 탄광으로 들어가는 전선을 몰래 잘라 팔아 돈을 마련했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천군 운서면에 위치한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이 탄광으로 들어가는 전선을 잘라 구리를 마련하고 이를 팔아 돈을 벌었다가 15년형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지역은 석탄 탄광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이들은 지난 8월 새벽 2~3시경 인적이 드문 시간에 탄광 3곳을 돌아다니며 탄광으로 들어가는 전선 일부를 몰래 잘랐다가 결국 군 안전부에 붙잡혔다는 전언이다.

이곳 주민 대다수는 탄광 기업소 노동자로 알려졌는데, 전선을 절도한 남학생 3명의 부모도 모두 탄광 노동자들이어서 이들이 탄광으로 들어가는 전선이 있는 위치 등을 미리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탄광으로 들어가는 구리 전선은 두께가 두꺼워서 50㎝만 잘라도 장마당에서 북한 돈 2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만원이면 시장에서 쌀 약 3kg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이 남학생들은 경제난에 배를 곯다가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안전부 조사에서도 ‘전선을 팔아 돈을 마련한 뒤 상당량을 먹을 것을 사는 데 썼고, 일부는 부모님께 현금으로 드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 7월 말 홍수가 발생한 자강도는 8월부터 인민반 세대별로 매달 1만원씩 수해복구 비용을 각출하고 있다. 8월과 9월에 이어 이달 초에도 인민반을 통해 세대당 1만원을 납부하라는 지시가 어김없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경제난에 허덕이는데 수해복구 비용까지 내야 해 가계 사정이 더 악화하자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고자 몰래 전선을 끊어 판 것이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 탄광 기업소의 일부 작업장이 며칠간 작업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이 탄광 기업소에 전력을 우선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탄광에 들어가는 전선을 훼손하는 행위는 북한에서 중범죄로 여겨지고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탄광 전선을 끊어 동을 팔아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범인을 공개 총살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사건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남학생들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처벌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과적으로 노동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사형이나 종신형을 면한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생계형범죄라는 점 때문에 형량이 다소 경감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아이들이 아직 15살밖에 안 됐고, 배가 고파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이 (형량이 줄어든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