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장사 단속 완화됐는데 노점상들 여전히 생계난 허덕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하루라도 잘 먹고 죽으면 소원 없겠다"

양강도 혜산시에서 메뚜기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길거리 장사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노점상들의 생계 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내 외화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주민들의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여파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8일 “최근 청진시 장마당 주변이나 골목들에서 길거리 장사를 하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이 완화되는 모양새”라며 “이에 주민들은 단속될 걱정 없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여느 때에 비해 너무 낮아 생계난이 극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매대를 살 여유가 되지 않아 장마당에 자리를 얻지 못한 주민들 즉,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은 길거리 장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이를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사회주의 행위로 간주해 단속해왔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여성들이 길거리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온 가족이 배를 곯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원들과 규찰대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며 힘겹게 장사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청진시에서 길거리 장사에 대한 단속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노점상들은 단속될 걱정을 한층 덜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현재 수남시장, 포항시장 등 청진 시내의 장마당 주변 길거리에는 채소, 과일, 음식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쭉 늘어져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정작 물건이 팔리지 않아 노점상들의 생계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화 환율 상승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른 것이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현재 북한 시장의 원·위안 환율은 2000원 선, 원·달러 환율은 1만 원 중반대 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딸라(달러)와 비(위안) 돈대(환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고 가을이 되면서 주민들이 밭에 심은 곡물이나 채소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다 보니 물건을 사려는 주민들이 크게 줄었다”며 “물건을 사러 오더라도 너무 적은 양만 구매해 노점상들이 큰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 길거리에서 식용유를 판매하는 한 50대 주민은 “환율이 오르면서 거의 모든 상품값이 올라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장사꾼은 물건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데 하루에 기름(식용유) 100g 팔기도 전쟁이라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다. 단돈 1000원 벌기도 어려우니 어떻게 살아갈지 캄캄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길거리에서 콩나물 장사를 하는 40대 주민은 “벌이가 원래도 시원치 않은데 몇 달 전부터 환율이 오르기 시작해 요즘에는 모든 상품값이 뛴 상태”라며 “그러니 사람들이 콩나물 같은 부식물은 사려고도 하지 않아 요즘에는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한탄했다.

길거리 장사 단속이 심할 때는 쫓기면서라도 물건을 팔아 죽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게 됐어도 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노점상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생활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기만 하니 막막한 살림살이에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오죽했으면 ‘하루라도 잘 먹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