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부딪친 배우의 꿈…北 연극영화대학 자퇴율 급증

수해 이후 평북, 양강, 자강 출신 배우과 학생들 2학기 진학 포기율 상승…대학은 해결책 모색

강의를 듣고있는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연예인 양성의 중심인 평양 연극영화대학 배우과에서 학생 자퇴율이 급증하자 대학 측이 재학률과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4일 “지난달 연극영화대학 당위원회가 올린 대학 상반기 사업 정형 총화 보고서에 따르면 배우과 학생들이 졸업 포기와 휴학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 9월 1일 2학기 개학 때는 여름방학을 보낸 후 대학에 자퇴 신청서를 낸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사실이 당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특히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출신의 학생들의 경우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한 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이번 학기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지난 8월 여름방학 기간 고향으로 내려갔던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출신의 연극영화대학 배우과 1, 2학년생 중 자퇴 신청을 한 학생이 유독 많았다”며 “지난달 말 제출된 대학 당위원회 상반기 보고서에는 이들이 큰물(홍수) 피해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집안 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배우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위 1% 배우가 되지 못하면 졸업 후에도 다른 일로 성공하거나 결혼을 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학생들의 자퇴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식통은 “영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고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런 경제적 이유도 연극영화대학 배우과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배우과를 졸업하더라도 정치적 배경이나 사회적 연줄이 부족할 경우 배우로 발탁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연극영화대학 진학과 졸업을 반대하고 있다.

북한 연극영화대학 배우과 졸업생들은 주로 영화·연극 분야나 국가 관리 문화예술단체에서 활동하며 연기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배우로 성공하기까지 부모의 뒷바라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이유인 셈이다. 이런 현실을 간파한 듯 연극영화대학은 학생들의 재학률과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대학 관계자들이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양사업, 국가적 지원,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사업 정형 보고서에 명시해 중앙당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당과 내각 교육성은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과의 재학률 하락을 해결하기 위해 신입생 장학금 확대, 재학생 대상 교양지도 강화, 졸업생 취업 연계 체계 구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