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해를 입은지 두 달 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본보가 수해 지역 건설 현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입수했다. 건설에 동원된 주민들이 장비도 없이 흙을 나르는 등 수해 복구 현장이 상당히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된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사진에는 남녀 주민 십여 명이 맨손으로 진흙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주민들은 양동이에 진흙을 담아 나르고 있는데, 대부분이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다.
또한 남성들은 반바지에 민소매 형태의 속옷을 입고 있는데 작업복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모습이다.
해당 사진은 이달 초 평안북도 신의주 수해 복구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당시 수해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은 때였지만 여전히 흙바닥을 다지는 기초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은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흙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흙이나 돌을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작업에 필요한 장갑, 삽, 양동이, 마대 등이 매우 부족해 주민들은 맨손으로 흙을 퍼 나르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또 다른 사진 속에는 두 대의 중장비와 이를 지켜보는 돌격대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중장비들은 울퉁불퉁한 흙바닭을 고르게 하고 수평을 맞추기 위한 기계로 한 대의 중장비는 흙을 갈아엎고, 다른 한 대는 롤러로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건설자들은 중장비가 지나간 뒤 돌을 골라내는 등 바닥을 고르게 하기 위해 중장비 옆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작업에 동원된 기계는 두 대 뿐인데, 이 현장에 동원된 건설자는 백여 명에 이를만큼 많은 인력이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안전모를 쓴 것으로 미뤄볼 때 이들은 건설 전문 돌격대원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돌격대원들 조차도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만큼 수해 복구 현장이 매우 열악한 환경인 것으로 확인된다.
소식통은 “수해 복구 작업장에 사람만 바글바글하지 보장되는 장비나 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물조차 부족해 건설자들이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건설자들은 화장실이 부족해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고 있고, 땀에 젖은 옷을 빨지 않고 입으면서 복구 현장 어디서든 악취가 가득하다고 한다.
실제로 여성 돌격대원들이 숙식하는 막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는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각목으로 얼기설기 세운 나무 기둥 위에 천장을 비닐막으로 덮은 막사는 내부 높이가 1.5m도 되지 않을 만큼 천고가 낮고, 바닥은 흙바닥에 얇은 매트를 깔아 놓은 상태다.
좁은 막사 안에 담요, 가방, 모자 등 짐이 어지럽게 쌓여 있어 고된 작업을 마치고 온 건설자들이 다리를 쭉 뻗고 쉴만한 공간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는 여성 건설자가 누워 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다리를 뻗지 못해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막사를 덮은 비닐막은 양 옆이 투명한 비닐이어서 뜨거운 태양이 그대로 내리쬐고 있다. 막사가 그늘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 사진들은 추석 전에 찍은 것인데 사진을 찍을 당시 날씨가 매우 더웠다”며 “하루 종일 흙과 씨름한 사람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땀에 절은 몸으로 막사에 누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덥고 배고프고 힘든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모기떼까지 극성이라 정말 생지옥 같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괴롭기만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