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청년들 속에서 수령에 대한 충성과 단결을 강조하는 노래 ‘오직 한마음’의 가사를 바꿔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만을 강요하는 데 대한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의 표출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내 시, 군의 청년들 사이에서 노래 가사를 왜곡해 부르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특히 수령을 흠모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들이 왜곡돼 퍼지고 있어 도와 시, 군의 간부들이 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래 ‘오직 한마음’은 1980년대 초반 김일성의 지도력을 칭송하고 민족 대단결을 독려할 목적으로 창작된 곡으로,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한동안 잊혔던 이 노래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왜곡돼 불리고 있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현상은 수령에 대한 노래 왜곡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원래 이 노래 가사는 ‘오늘의 이 행복을 그 누가 주었나. 노동당이 주었네. 원수님이 주셨네. 김일성 원수님이 이끄시는 길을 따라 목숨도 바쳐가리 오직 한마음’이다. 그런데 최근 청년들은 이를 ‘오늘의 이 고난은 그 누가 주었나. 노동당이 주었네. 원수님이 주셨네. 김정은 원수님의 이끄시는 길을 따라 목숨은 못 바치리 오직 한마음’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노래 가사를, 그것도 김일성을 김정은으로 바꿔 ‘오늘의 고난을 김정은과 노동당이 줬다’고 바꿔 부르는 것은 삼대 멸족을 면치 못할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간주된다.
그런데도 북한 청년들 속에서 이러한 노래 왜곡이 발생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자, 청년들의 의식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부모들이 고생하며 자신들을 키웠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요즘 청년들은 당과 국가에 충성을 다하라는 강요에 대놓고 표현은 안 해도 불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왜곡된 노래가 청년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함경북도는 즉각 보위, 안전기관을 동원해 맨 처음 가사를 바꿔 부른 주모자를 색출하기 위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는 왜곡된 노래를 부르다 단속되면 무거운 법적 처벌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요즘은 거리와 골목 곳곳에 보위원과 안전원들이 사복 차림으로 잠복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고 인민반과 직장들에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진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 군들에도 왜곡된 노래가 다 퍼졌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 지도 거의 한 달이 다 되기 때문에 주모자를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일 청진시의 한 인민반에서는 보위원들이 청년들이 있는 세대를 직접 찾아다니며 요즘 돌고 있는 왜곡된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오직 한마음’이라는 노래 가사가 왜곡돼 청년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 순간 이후부터 이 노래를 왜곡해 부르는 사람을 보면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하는 일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요즘 보위원, 안전원들이 왜곡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어 청년들도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중앙에 보고되면 간부들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도는 보위원, 안전원들을 총동원해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