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北 시장 식량 가격…9월 중순 쌀값 역대 최고 수준

국내산 공급량 줄고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감소한 것도 원인…양곡판매소 가격 안정화 효과 미미

/그래픽=Adobe 생성형 AI ‘firefly’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이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북한산 쌀 1kg은 북한 돈 6300원에 거래됐다. 평양 시장의 쌀 가격이 6300원까지 상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 이후 처음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평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쌀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5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6400원에,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6580원에 거래됐다. 혜산의 경우 지난 3월 말 쌀 가격이 5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오른 이후 지속해서 6000원대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예년 9월 중순경 쌀값과 비교하면 현재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현재 평양, 신의주, 혜산의 쌀 가격 평균은 6426원으로, 예년에 비해 쌀 가격이 높았던 지난해 9월 중순 평균 쌀 가격인 6343원보다 83원 높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옥수수(강냉이)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3200원에 거래돼 이달 초인 지난 2일 가격보다 6.7%(200원) 상승했다.

신의주와 혜산에서도 옥수수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같은 날 신의주의 옥수수 가격은 3300원, 혜산의 옥수수 가격은 3310원으로 조사됐다.

대개 북한 식량 가격은 시장에 햇옥수수가 공급되기 시작하는 10월 초 전까지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현재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은 식량 가격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와 맞먹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기본 쌀과 옥수수의 시장 공급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북한 내에서 생산된 국내산 식량의 공급량이 적은 것과 북한의 외국산 식량 수입이 감소한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에 “현재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 및 환율 상승과 연관이 있다”며 “유례없이 높은 환율이 식량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양의 수입산 곡물이 시장에서 판매되면 식량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현재 수입량이 시장의 식량 가격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중국 해관총서를 인용해 북한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들여온 쌀 수입액이 작년 동기 대비 10분의 1로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욱이 북한 당국이 지역마다 운영하고 있는 양곡판매소의 식량 수급량도 부족한 데다 최근 양곡판매소 판매가와 시장 가격의 격차가 계속해서 좁혀지고 있어 양곡판매소를 통한 식량 가격 안정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연구소장은 “양곡판매소 출범 초기에는 시장 가격보다 20~30% 저렴하게 쌀이나 옥수수를 판매했는데 현재는 시장 가격과 300원 차이도 안 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양곡판매소 물건의 질이 좋지 않아 주민 반응이 좋지 않다”며 “이런 요인들도 북한 시장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