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정치대학 학생들 투입된 복구 현장에 때아닌 경쟁이?

생필품·지원물자 챙겨 앞다퉈 면회하는 부모들…"자식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 없는 살림에도 나서"

평안북도 의주군 피해복구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북한 군인 건설자들. /사진=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콰이쇼우(快手) 화면캡처

북한 평안북도 의주군 서호리 수해 피해복구 현장에 김일성정치대학 학생들이 대거 동원된 가운데, 이들의 부모들이 물자를 들고 앞다퉈 면회에 나서며 때아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내년 봄 졸업을 앞둔 김일성정치대학 학생들이 지난달 초 의주군 서호리 수해 피해복구 현장에 투입돼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부모들은 자식이 동원된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뒤처져 보이지 않게 하려고 경쟁적으로 물자를 챙겨 너도나도 현장을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외지에 나간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모에게 대놓고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부모들 역시 자식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 물자를 챙겨서 나서기도 한다”며 “이에 김일성정치대학 학생들이 투입된 작업 현장 면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7월 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통해 수해 피해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 총정치국은 평안북도 의주군 서호리 피해복구 현장에 김일성정치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동원했는데, 작업복부터 시작해 모든 생필품을 학생들이 자체로 마련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대학에서 공부만 하던 정치대학 학생들이 외부 현장에 동원되면서 생필품과 돈이 필요하다며 부모들에게 면회를 요구하고, 부모들 역시 이를 가슴 아파하며 경쟁적으로 현장을 찾아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로 신의주시나 의주군 인근에 고향을 둔 학생들의 부모들이 개인 물품과 작업장 지원물자를 들고 면회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를 부러워한 다른 학생들이 하나둘씩 집에 전화를 걸어 호소하면서 이달 들어서는 먼 지역에 있는 학생들의 부모들까지 면회를 와 마치 경쟁처럼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같은 날 세 집에서 면회를 온 경우도 있었다”며 “한 부모는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 이것저것 챙기고 키우던 돼지까지 한 마리 몰고 갔지만 제일 초라해 보이더라며 씁쓸한 면회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일성정치대학은 북한군 최고의 정치 지휘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실제 이곳 졸업생들은 군 내부 핵심 요직 자리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자식이 김일성정치대학에 다니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며 “그러다 보니 당에서 중요시하는 외부 동원 기간에 자식이 경제적으로 뒤처지지 않고 두각을 나타내기를 바라며 없는 살림에도 있는 힘을 다해 물자를 챙겨 경쟁적으로 작업장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