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난에 삼지연시 들쭉 밭으로 인파 몰려…강도도 성행

돈벌이 위해 10대 자식들까지 모두 동원하면서 사람들로 붐벼…"가난 대물림 된다" 한탄도

양강도 삼지연시 포태지구의 자생 들쭉.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 속 생계를 위한 주민들의 고군분투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양강도 삼지연시에 들쭉을 따러 인파가 몰리면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들쭉 철에는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들쭉을 따러 가는데, 지난달 말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학생 2명이 강도를 만나 하루 종일 뜯은 들쭉은 물론 겉옷까지 빼앗기는 사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에서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온 가족이 돈벌이에 나서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삼지연시에는 들쭉 철을 맞아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10대 자식들까지 모두 동원해 들쭉 따기에 뛰어드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이렇게 주민들이 들쭉을 따러 몰려드는 와중에 도둑질이나 강도 행각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들쭉을 따는 시기는 길면 두 달 정도”라며 “현재 삼지연부터 백두산까지 180리 구간에는 생계를 위해 들쭉 따기에 나선 사람들과 기관·기업소 계획을 위해 들쭉을 넘겨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도적들도 몰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31일 삼지연시의 한 초급중학교 여학생 2명이 새벽부터 무봉지구 들쭉 밭에 나가 종일 들쭉을 딴 뒤 들쭉을 넘겨주는 곳으로 가던 중 강도를 만났다. 이들은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용기에 가득 채워진 들쭉은 물론 겉옷까지 강도에게 그대로 빼앗기고 말았다.

또 현재 삼지연시에는 천막을 치고 개인들이 따오는 들쭉을 넘겨받는 기관·기업소들 사람들도 많은데, 지난달 말 얼굴을 가린 남성들이 손에 칼을 들고 나타나 위협하며 200kg이 넘는 들쭉을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최근 양강도 들쭉 밭에서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나 강도를 당한 주민들이 하소연할 곳도, 신고할 곳도 없다”며 “사람들은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도적들이 (들쭉을) 달라면 줘야 한다’, ‘생눈을 뽑아 먹을 세상’이라며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들쭉은 하루 종일 따야 3~4kg 정도고, 1kg당 가격은 25~30위안”이라며 “강도가 나타날까 봐 사람들은 들쭉 밭에 갈 때 떼를 지어 다닌다”고도 했다.

한편 현재 삼지연시 들쭉 밭에는 인근 보천군, 혜산시 등 타지에서 유입된 주민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가는 비용이 들다 보니 타지 주민들은 아예 삼지연시 현지에 천막을 치고 숙식하는데, 그러다 보니 밤이 되면 여기저기서 밥 짓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은 이런 풍경을 보며 “부모 세대도 먹고 살겠다고 들쭉을 땄는데, 자식 대에도 여전히 같은 목적으로 들쭉 밭을 헤매고 있다”, “가난은 대물림 된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한탄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