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앞두고 불시 ‘숙박검열’…김치움까지 샅샅이 뒤져

인민반장들도 직전에야 알아…숙박 등록 않고 있던 사람들 이유 불문하고 안전부로 연행

2019년 6월 초 함경북도 상삼봉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각 지역 안전부가 9월 9일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숙박검열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9월 1일부터 8일까지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숙박검열을 진행하라는 사회안전성의 지시가 지난달 말 도(道)·직할시·특별시 안전국들을 통해 각 지역 안전부에 내려졌다”며

이에 따라 실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인민반 세대들과 여관, 기숙사 등을 대상으로 한 숙박검열이 포치 없이 불시에 진행됐다고 한다.

숙박검열 실시에 대한 사회안전성의 지시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 김정일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 등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주요 명절이나 코로나19 때와 같이 주민 유동을 통제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이따금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이를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다만 이번 검열은 불시에, 조금 더 까다롭게 진행되는 등 이전에 비해 수위가 다소 높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한 인민반에서 지난 2일 밤 10시경 매 세대들에 대한 숙박검열이 진행됐는데, 식구 외 숙박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안전부로 연행됐다”며 “이날만 8명이 검열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북한)서는 같은 지역이라도 친척 집에 가서 자게 되면 숙박 등록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 다른 지역에서 온 경우에는 더더욱 숙박 등록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여행)증명서 없이 벌이차로 다니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묵는 집의 주인이 인민반장에게 돈 좀 찔러주고 대체로 숙박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민반장들은 대체로 숙박검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기 때문에 돈을 받았거나 친분이 있는 집들이 문제시되지 않도록 슬쩍 귀띔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검열은 불시에 진행돼 유독 걸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숙박업으로 돈벌이하는 세대들도 이번 불시 검열에 단속되면서 집주인은 물론 숙박자들 모두 지역 분주소나 안전부로 연행됐다.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같은 기간 안전기관의 불시 숙박검열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달 1일부터 일주일간 숙박검열이 진행됐는데 인민반장들에게도 미리 통보하지 않고 불시에 이뤄졌다”며 “안전원들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 2시 등 정해진 시간 없이 검열하면서 직전에야 인민반장들에게 알리고 함께 검열하러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안전원들은 전지(플래시)를 들고 다니면서 가구 속부터 창고, 심지어 김치움까지 뒤져가며 숨어 있는 사람이 없는지, 단속에 걸릴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폈다”면서 “자다가 갑자기 검열받게 된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한편, 각 지역 안전부는 숙박검열과 함께 기념일을 기해 강화된 인민반 자위 경비 실태에 대한 검열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