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따러 나무 올라갔다가 추락…”올해 유독 사고 잦아”

단 얼마라도 벌겠다고 잣 따러 나섰다가 다쳐…경제적 부담에 병원서 치료 받기도 어려워

잣나무
북한 황해북도 린산군의 잣나무.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에서 나무 위에서 잣을 따던 주민들이 추락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고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종종 발생하지만,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오면서 다른 해에 비해 사고가 더 잦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김정숙군과 삼수군 등으로 잣 따기에 나선 혜산시 일부 주민들이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는 심하게 다쳐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도 완쾌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혜산시 춘동에 사는 50대 남성은 김정숙군에서 잣을 따던 중 나무에서 떨어져 갈비뼈와 발목뼈가 골절됐다.

이 남성은 김정숙군 병원에 실려 갔다가 혜산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평생 목발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태도 상태지만 수술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이 남성과 이들 가족의 사정을 아는 주민들 속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 중국 돈 400~500위안은 있어야 한다”면서 “잣 따기로 보통 200위안을 버는데 단 얼마라도 벌어 가정 살림살이에 보태려다가 변을 당해 더 큰 돈이 들어가게 됐으니, 또 평생 목발에 의존해 살아야 할 수도 있다니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400~500위안은 북한 시장에서 대략 쌀 140~180kg을 살 수 있는 액수로, 당장 쌀 1kg 사기도 버거워하는 일반 주민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금액이다.

이밖에 지난달 20일에도 혜산시 마산동에 사는 30대 남성이 삼수군에서 잣을 따다가 나무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의 가족은 아내가 길거리 장사로 번 돈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잣 수확철이 되면서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잣을 따러 나섰다가 결국 사고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집안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 병원에도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혜산시에서 인근 다른 군(郡)으로 잣을 따러 나가는 주민 대부분은 경제 사정이 여의찮아 자칫 다치게 되면 경제적 부담과 고통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사고를 당한 후에 치료라도 제대로 받으면 일 없겠는데(괜찮겠는데) 밥술 뜨기도 어려우니 병원에 갈 생각도 못 하고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자체로 치료하는 형편”이라면서 “무상의료 정책으로 사회주의 우월성을 선전하지만,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생각조차 못 하는 게 여기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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