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일부 주민들이 잣 수확철을 맞아 김정숙군, 잣 따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양강소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25일부터 김정숙군과 삼수군 등 잣 산지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잣 따기를 시작했다”면서 “잣 따기에 나서는 주민들은 주로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남성들이고, 부부가 함께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잣나무는 높이가 높아 자칫하면 추락 사고가 날 위험성이 있어 주로 남성들이 잣나무에 올라간다고 한다. 부부 중 남편이 나무 위로 올라가 잣송이를 떨어뜨리면 아내는 땅에 떨어진 잣을 주워 담는 식이며, 혼자 잣 따기에 나선 남성들은 이런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 한다는 설명이다.
잣 따기에 나선 주민들은 직장에 소속돼 있으면서 8·3벌이(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개인적으로 돈벌이하는 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한 달에 120위안씩 바치기로 하고 시간을 받아 나간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직장의 용인 없이 무작정 잣 따기에 나서면 무단결근으로 여겨져 심하면 노동단련대에 보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뇌물로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잣 따기로 많으면 1인당 한 달에 400위안은 벌 수 있다”며 “한 달 동안 먹고 쓰는 등 생활비로 100위안을 쓰고 나면 300위안이 남는데, 여기에서 직장에 120위안을 바친다고 하면 한 달에 실제로 버는 금액은 180위안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하고 직장에 빠짐없이 출근하는 것보다 180위안을 버는 잣 따기가 더 낫지 않겠냐”며 “180위안이면 쌀 60kg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니 한 가정을 3인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부부가 같이하면 혼자 하는 사람들보다 배로 벌 수 있으니 더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혜산시 주민들이 잣 따기에 나서려 하고, 최근에는 현재 방학 중인 일부 고급중학교(고등학교)의 남학생들도 돈을 벌겠다며 잣 따기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그는 “이런 학생들의 행동은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생활 형편이 넉넉지 못해 자식들을 잘 먹이지도 못하는데 자식들이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며 위험한 잣 따기에 나서니 부모들이 눈물을 삼키는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혜산시의 한 주민은 “고급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잣을 따러 갔다”면서 “‘엄마가 노력해서 먹고살게 하겠으니 걱정말고 공부나 하라, 비도 오는데 잣나무에 올라갔다 사고 나면 어쩌냐. 그때는 돈의 문제가 아니니 제발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듣지 않고 오히려 ‘잣 따기로 번 돈을 모두 줄 테니 겨울 화목을 장만하는 데 보태라’고 말하기에 한참을 울었다“고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소식통은 “학생들은 직장에 돈을 바칠 일이 없으니 한 달에 많으면 300위안도 벌 수 있다”면서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살림살이까지 걱정하는 실정이니 부모들이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잣 수확은 다음 달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진행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