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도 평양에 위치한 광복첨단제품개발교류사의 직원 여러 명이 국가보위성 국내반탐국에 한꺼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23일 “광복첨단제품개발교류사(이하 교류사)의 연구사급 직원 8명이 지난달 28일 국가보위성의 국내반탐국에 동시에 끌려가고 그들의 부모와 형제 등 가족들마저 이달 초 죄다 연행돼 지금껏 돌아오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이 무슨 이유로 체포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현지의 담당 보위원 말에 따르면 8명의 교류사 직원들이 국가적 지시에 따른 첨단제품 개발로 야근하는 과정에서 함께 모여 금지된 외부 영상이나 책을 보며 즐긴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밖에 또 다른 보위원의 말에 의하면 이들이 외부 영상을 접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혈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등 이른바 최고 존엄 모독에 해당되는 언행을 한 것이 발각돼 크게 문제시됐다고 한다.
실제 교류사 내에서는 이들이 ‘원수님(김 위원장)은 후지산 혈통인 데다 장군님(김정일)의 몇 번째 후처에게서 나온 자식인지 모른다’며 수군대다가 다른 직원들에게 들켜 끌려갔다는 후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지만, 이런 내용 자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강한 입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교류사는 기본적으로 외부와 교류하는 기관이고,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와의 기술 협력이 증가함에 따라 그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보위성은 이들의 사상에 문제가 있다며 가차 없이 이들을 끌고갔다”고 했다.
특히 업무 특성상 외부와의 접촉이 많은 만큼 이들이 국가기밀을 유출하거나 반국가적 활동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긴급 체포를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교류사의 직원들은 이번 체포 사건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문제시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이 있고 난 뒤 교류사의 모든 직원이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며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체포된 이들의 가족들도 모조리 연행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웃 주민들 역시 ‘한밤중에 아무 설명 없이 많은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을 처음 겪는다’, ‘평양이지만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평양 시민들에게 국가의 감시와 단속의 강도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으며 공포감도 증폭시키고 있다”며 “사람들은 거기(국가보위성)는 죽은 자도 입을 벌리는 곳이고 잡혀가면 젖 먹을 때부터 안 한 것도 다 했다고 토해내야 하는 곳이라 없는 죄도 다 뒤집어쓸 게 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