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나서라며 시장 운영시간 축소…주민 생계에 직격탄

이달 초부터 평안북도 내 공식 시장 운영시간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일부 시장은 아예 안 열려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수해 복구에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운영시간까지 축소하면서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통한 경제 활동이 제한되면서 주민들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평안북도 내 공식 시장의 시장관리소들에는 시장 운영시간 축소에 대한 내각의 지시문이 내려왔다. 이에 따라 평안북도 내 공식 시장은 현재 하루 3시간 이내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공식 시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가량 운영됐지만‘낮시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해 복구 전투에 동원해야 한다’면서 당국이 갑작스럽게 시장 운영시간을 축소한 것이다.

평안북도 내 공식 시장 입구들에는 ‘수해 복구 기간 동안 오후 5시 이후에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수해 복구가 언제 끝날지 몰라 시장 운영 정상화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의 남민시장, 채하시장, 친선시장(이상 신의주시) 등은 지난달 말부터 20여 일 넘게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어 인근지역 주민들이 시장을 통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상인들은 새벽 시간이나 골목 등에서 몰래 상행위를 하는 일명 ‘메뚜기 장사’로 물건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 시장에 대한 단속은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데, 실제로 시장관리원과 안전원, 규찰대원 등이 시장 주변의 허가받지 않은 불법 장사 행위를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많은 주민 세대가 시장을 통한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다보니 시장 운영시간 축소에 따른 파장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신의주시의 한 장사꾼은 ‘날이면 날마다 남편은 무급으로 동원되다시피 하고 시부모님과 아이들의 생계가 모두 내 손에 달렸는데 시장을 막아 놓으면 뭘 먹고 살아야하느냐‘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장 운영시간 축소 조치가 주민 생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식통은 “수해 복구에 나가라며 시장 문을 닫는 것은 인민이 굶어 죽든 말든 당의 목표만 관철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국가가 인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에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달 발생한 홍수로 북중 간 무역과 밀수가 원활치 않은 데다 북한 내에서 물건 또한 제대로 유통되지 않고 있어 시장이 열려도 매대에 올라오는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해 지역인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공식 시장 매대에 올라오는 상품들은 남새(채소), 국수 등 기본 식자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시장이 열려도 팔 수 있는 물건이 몇 가지 없어 상인들이 돈을 버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