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과학기술보급실 현대화한다면서 종업원들에 비용 전가

검열서 지적받고 부랴부랴 사업 진행…과제 할당되자 "돈 벌러 나오는 게 아니라 바치러 나오는 듯"

북한 강원도 양묘장 일꾼들이 과학기술보급실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경원군 당위원회가 이달 초 단위별 과학기술보급실 운영 실태를 검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적받은 단위들은 현재 과학기술보급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비용을 소속 주민들에게 전가해 내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경원군 읍의 경원장공장은 지난 5일 군당위원회가 진행한 과학기술보급실 운영 실태 검열에서 내벽에 비치된 생산 기술 공정 관련 게시물이 매우 형식적이고 개수도 극히 적어 사실상 과학기술보급실로서의 체모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과학기술보급실에 몇 대 안 되는 컴퓨터 대수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본래 공장 관리와 관련한 여러 가지 검열은 군 인민위원회가 담당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번 검열은 과학기술보급실 운영에 관한 당의 방침 관철 집행 차원이라 군당에서 나섰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번 검열에서 지적을 받은 공장은 부랴부랴 과학기술보급실 내벽 도색과 게시물 및 컴퓨터 보충 등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화 사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장 당위원회는 공장 자금으로 사업을 집행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포비서들에게 과학기술보급실을 꾸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할당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다른 것은 다 땜 때는 식으로 할 수 있으나 모자라는 컴퓨터 대수를 보충하는 일은 특히 자금이 필요한 일”이라며 “이를 위한 자금 확보를 모색하던 공장 당위원회는 세포비서들에게 (비용을) 나누기하는 데서 그 해결책을 찼았다”고 말했다.

실제 공장 당위원회는 과학기술보급실에 컴퓨터 10대를 보충할 것을 결정하고 각 세포에 북한 돈 40만원을 바칠 것을 지시하면서 “자발성에 기초해 자금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세포비서들은 자기들대로 할당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포에 속한 당원들에게 “1만원도 좋고 2만원도 좋으니 충성심을 발휘해 양심껏 자금을 보태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자발성에 기초해 지원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러한 지시는 강제성을 띤다”며 “참여하지 않으면 당의 방침 관철에서 태공(태업)하고 사상에도 문제가 있는 자로 평가돼 1년 내내 세포비서가 집행하는 회의들에서 낙후분자로 지적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장 직맹·청년동맹 위원회에도 과학기술보급실 현대화 사업을 위한 자금 지원 과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직맹원들과 청년동맹원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충성심도 돈으로 사는 때다”, “공장에 돈을 벌러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바치러 나오는 것 같다”는 등 뒤돌아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공장 종업원들은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 과학기술보급실을 꾸리는 데 돈을 바쳐야 한다는 것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소식통은 “공장 과학기술보급실은 말 그대로 선진 과학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만든 곳인데 특별히 전달받을 과학 기술적 내용도 없고 컴퓨터가 있어도 전기가 없어 필요한 때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없어 종업원들이 1년 365일 언제 한번 들어가 보지도 않는다”며 “그래서 종업원들은 과학기술보급실이 돈만 먹고 정말 쓸데없는 곳이라고 비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