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 만들기도 어려워져…中 내 탈북민들 ‘절망’

한국 가지 않겠다 서약하고 보증인도 세워야…"가짜 신분증으로 비행기 타고 한국 가는 길도 막혀"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에 설치된 ‘주의사항’ 팻말. 이곳은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 내 일부 탈북민들이 한국행이 어려워지면서 위조 신분증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보증인을 세울 것까지 요구받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최근 중국 내 일부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가는 것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가짜 신분증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받고 있어 가짜 신분증도 만들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돈만 있으면 가짜 신분증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신분증으로 일부 탈북민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돈은 기본이고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본인 서약과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보증인을 세워야만 가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돈이 있어도 가짜 신분증을 만들기가 힘들어져 가짜 신분증으로 한국에 가려는 계획을 하고 있던 탈북민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한국에 가다 문제가 되면 보증인들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보증을 서주려는 사람이 없다”며 “한국에 가기 위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려고 하는 건데 한국에 가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으면 (가짜 신분증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고, 결국 이제는 가짜 신분증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는 길마저 막히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은 “여기서 죽을 때까지 자유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보다 안전한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 신분증을 만들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어려워져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사는 또 다른 탈북민도 “평생 가고 싶은 곳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너무 힘들다”면서 “그래서 돈을 마련해 신분증을 만든 후 한국에 가려고 했는데 이것도 할 수 없게 돼 마음이 무너진다”며 착잡한 심경을 터놓았다.

소식통은 “지금은 한국으로 가다가 잡히는 경우가 너무 많아 가고 싶은 마음이 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탈북민들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안전하게 탈출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많은 탈북민이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지금 얼굴 인식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신분증에 지문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중국 내에서 이동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어떤 탈북민들은 강제북송 위험, 죽음을 각오하고 한시라도 빨리 한국에 가겠다고 나서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