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의 수재민 중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 1만 5400여 명을 평양으로 데려가 교육과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각 도당이 대상자 선발을 놓고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은 현재 평양에서 국가의 보호 혜택을 받을 대상자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지역별 할당을 나누면 실제 평양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대상자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우선 도당은 김 위원장이 수재민들 앞에서 연설한 내용대로 노인과 병약자, 영예 군인과 아이들 중심으로 평양행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국가 공로자 및 최고지도자를 직접 만난 경험이 있는 접견자도 일단 선발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평양으로 갈 수 있는 인원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도당 간부들은 “모두 평양으로 올라가서 놀면 자기 집과 일터는 누가 건설하겠냐”면서 자진해서 평양행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간부들은 수재민들에게 “모두 떨쳐나서 집과 도로, 일터 복구에 힘써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서로 평양에 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거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아이의 나이를 본래보다 적게 속여서라도 평양행 티켓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평양에 갈 경우 당분간 수해 복구에 동원되지 않을 수 있고 대피소 보다는 편안한 잠자리에서 식사 걱정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평양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그에 비해 평양행 뽄뜨(할당)는 많지 않다”며 “(선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선발되지 못한 사람들은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수해민들을 찾아 대피소를 돌아본 이후 수재민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나 전력 보장 등의 문제가 즉시 개선되면서 수재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고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강냉이(옥수수)밥과 멀건 된장국, 염장무 밖에 없었지만 김 위원장이 다녀간 직후부터 흰쌀과 옥수수를 5대5로 섞은 밥은 제공되고 있다.
흰쌀이 섞인 비교적 부드러운 밥이 제공되는 것 만으로도 주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력 제공에 대한 지시도 하달해 주민들이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수해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수해 지역의 경우 전력이 제공되지 않고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이번 현지지도에서 수해민들이 머무는 대피지역에 하루 12시간 이상 전기를 보장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발전기를 이용해 잠시라도 대피소에 선풍기를 돌리게 되자 주민들은 “선풍기만 틀어도 별(다른)세상”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안북도당과 의주군당은 수재민들이 계속해서 신소청원했던 식수와 씻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흘에 한번씩 목욕할 수 있는 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 빈대, 이 등의 벌레 퇴치를 위한 소독 사업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전언이다.
본보는 의주군 대피소에 물이 부족해 수해민들이 제때 씻지 못하고 있으며 이가 득실될 만큼 위생 상태가 심각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수해 현장 인터뷰]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 다 꽃제비 같아” | DailyNK)
대피소에서 집단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던 문제에 대해 당국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식통은 “그동안 수해 주민들이 겪던 문제가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원수님(김 위원장)이 한번 왔다 가시니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재 지역을 찾아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당조직에 살림집 건설, 생활 용수 및 생활 필수품 보장, 보건·방역, 전력망 복구 등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