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내심 반색하는 北 접경 주민들

전연 부대는 당장이라도 전쟁 터질 듯 긴장 조성하지만 주민들은 숨 죽이고 방송에 귀 기울여

대통령실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지난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 강원도 접경 지역 주민들이 한국 군 당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내심 반가운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김화군 전연(전방) 지대에 거주하는 군인 가족들과 사민들이 대놓고 말은 못해도 남조선(남한)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을 반기고 있다”면서 “이는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을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강원도 김화군에 주둔하는 전연 부대들에서는 당장 전쟁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하지만 군인 가족들과 사민들은 숨을 죽이고 대북 방송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확성기에서는 3대 세습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 체제 선전 등 국가에서 가장 민감해하는 내용들과 장윤정의 ‘올래’를 비롯한 다양한 남조선 노래들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전연 지대는 낮보다 저녁 시간에 방송이 더 잘 들리는데, 주민들은 몇 년 만에 가슴을 졸이지 않고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어 내심 반가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화군 전방 지역에는 대부분 군인과 군인 가족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북한 전역에서 불순녹화물 검열이 엄격하게 진행되면서 사실상 이곳 주민들도 외부 정보나 문물을 거의 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외부 정보·문물에 목말라 있던 김화군 전방 지역 주민들은 최근 한국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전에는 군인 가족들에 대한 배급도 적당히 이뤄졌기 때문에 방송이나 삐라(대북전단)에 동요하긴 해도 저쪽(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군인 가족들의 배급은 물론 전연 초소 군인들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실정이라 방송에 훨씬 크게 동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9일 2시간 확성기 방송을 송출한 바 있다.

다만 이후에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계속되자 이달 18일 일부 확성기로 매일 10시간 방송을 내보내는 등 수위를 높이더니 21일부터는 전방 모든 지역에서 고정식 확성기를 동시에 가동해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16시간가량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