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은 치적에 으뜸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평양 강동종합온실 건설이다. 과학적 기술에 현대적 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라고 자랑하는 강동온실농장은 평양직할시 강동군 봉화리에 위치해 있다. 2023년 2월 15일 착공식을 했고 김정은이 참석해 첫 삽을 떴으며, 1년 1개월 만인 2024년 3월 15일 김정은이 딸 ‘주애’와 함께 참석해서 준공 및 조업식을 거창하게 진행했다. 북한방송에서도 이를 대내외적으로 크게 홍보했다.
최근 촬영한 고해상 위성사진과 열적외선 및 야간 조도 영상으로 온실농장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평양 강동군 봉화리 260여ha 부지에 공군 시설을 철거하고 대규모 농장시설이 들어섰으며, 온실에서는 난방이 가동되고, 야간에는 심야 시간에도 불을 밝혀 놓고 식물 생장 촉진을 위해 밤새워 온실 전기 조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60여ha 부지에서 온실 건설로 사라진 농경지와 곡식이 아닌 채소 생산을 위해 밤새워 전기를 소모하는 대규모 온실농장의 생산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도 따져봤다.
◆강동군 봉화리 종합온실농장
지난 4월 촬영한 맥사(Maxar)의 월드뷰-3 고해상 위성사진(해상도 30cm)을 살펴보면, 260ha 부지에 1000여 동의 온실이 들어선 것이 식별된다. 본래 이곳은 공군비행장이 있던 곳인데, 활주로 등 공항시설을 모두 철거했고 1000여 동의 토양재배온실과 수경재배온실 등을 현대식으로 지었으며 이어서 부대시설도 들어선 것이다.
온실농장을 강동군에 건설한 이유는 본래 평양시 화성지구에 채소를 공급하는 큰 온실농장이 따로 있었다. 평양에서 2021년 5만호 살림집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화성지구 부지 내에 있던 기존 온실농장들이 철거됐고, 사라진 온실을 대체하고자 평양 외곽 강동군 봉화리에 대규모 온실농장을 새로 건설한 것이다. 장소를 옮겨서 현대식으로 이번에 새로 지었다. 북한 노동신문에는 강동 온실농장에 현대식 과학적 시설을 자랑하는 수경재배온실과 토양재배온실이 지어졌고 이어서 1000여 세대 살림집과 부대시설, 그리고 학교 및 문화회관 등이 들어선 것으로 소개됐다.
◆강동종합온실 열적외선 분석
미국 지구관측위성 랜샛-8호가 지난 6월 중순 촬영한 열적외선(TIR; Thermal Infrared) 영상을 이용해서 강동온실농장 기온분포와 난방실태를 살펴봤다. 열적외선 자료(해상도 100m) 분석에서 나타난 일대 기온은 6월 17일 평균 23도에 최저는 13도, 최고 31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수경재배온실은 평균 23의 기온을 유지했고, 토양재배온실은 26도 이상 고열 난방을 가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열적외선 기온분포와 고해상 위성사진을 비교해보면, 숲이 없는 민둥산은 고열의 붉은색을 나타낸 반면, 숲이 있는 지역은 지표 기온을 낮게 발산(연두색~짙은 녹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무가 없고 황폐 나지인 민둥산은 태양열을 반사시켜 고열을 발산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를 통해서 기후 온난화에 따른 지구 기온 상승에 대응하려면 숲을 가꿔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고 확인하게 된다.
◆야간 조도영상 분석
강동종합온실을 야간 조도영상(VIIRS)으로도 살펴봤다. 새벽 1시 반 심야 시간에 온실농장에 불을 밝혀 놓은 것이 지난 3월 15일 준공식 이후 월별로도 지속 파악된다.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야간에도 전기를 사용해 자외선 등 온실 조명을 채소에 쪼이는 것이다. 밤새도록 밝히는 온실 조명에 소요되는 전기는 어떻게 감당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북한 거대 온실농장 운영 유감: 곡식 대체 효용성 의문
만성적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조차 전기가 부족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작동을 못 해 서 있는 경우가 많고, 주민들은 걸어 올라가기 힘겨운 고층 아파트보다 지상에 가까운 저층을 로열층으로 선호한다고 한다. 수돗물 공급도 제대로 되질 않아 전기 들어오는 날에 온갖 물통에 물 받아 놓기 바쁘고, 요즘같이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냉방은커녕 선풍기도 돌리지 못해 학생들 플라스틱 책받침을 부채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삼복더위에 맨몸으로 나무 그늘과 자연 바람에 의지해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원시 자연 그대로의 삶이 북한 주민들의 삶인 것이다.
온실에서 채소 키우는 조명에 쓴다는 전기는 어찌 그렇게 대규모 농장에 밤새도록 켜 놓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김일성 주체사상 핵심이 인간 중심 철학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한낱 채소 따위가 사람보다 우선인가 보다. 북한에서 사람은 전기가 부족해서 원시생활을 못 벗어나는데, 채소는 밤에도 색색의 자외선 전기 조명을 받으면서 사람보다 나은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나아가 채소는 또 누가 먹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은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 의의를 사시사철 산간지대 주민들에 푸른 채소를 보장하려는 당의 자애로운 조치라고 밝혔다. 말은 그럴싸하고 참 좋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함경북도 중평온실농장과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사례에서도 보듯이 품질 좋은 채소는 9호 제품이라고 해서 중앙당에 우선적으로 진상을 해 올려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온실농장 간부들이 중간에 서로 챙겨가기 바쁘고, 실제 주민들에게는 차례지는 게 별반 없는 걸로 알려진다. 누구를 위한 채소 재배이고, 누구를 위한 온실농장 야간 전기 조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성사진을 이용해 필자가 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함북 중평온실농장(200ha)과 함남 연포온실농장(280ha)은 부지 면적이 합해서 480ha에 이른다. 여기에 평양 강동온실농장(260ha)을 더하면 모두 740ha 면적이 된다. 여의도 면적(290ha)의 2.6배가 된다. 740ha 면적에는 활주로 등 공군 시설과 함께 경작지(수백여ha)도 포함돼 사라졌고, 이 부지를 모두 채소 키우는 온실농장과 맞바꾼 것이다.
사라진 수백여ha 농경지 생산성을 채소 온실농장으로 대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쌀, 보리, 옥수수, 감자 등 곡식이 허공에 사라진 것이고 대신, 온실농장에서 나오는 것은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허기도 메울 수 없는 채소일 뿐이다. 채소는 밥상머리에 올리는 반찬 재료에 불과하다. 채소 반찬은 인간 식생활에 있어야겠지만, 없으면 안 먹어도 산다. 곡식만 있으면 당분간 맨밥에 간장만 찍어 먹고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먹어야 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곡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째 지속돼온, 그리고 갈수록 악화돼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자체 해결책이 없다는 만성적 식량난에 여전히 매여있다. 이러한 가운데 채소 반찬 재료 생산을 위해서 땅과 전기와 땔감과 인력과 시간을 퍼붓는 것은 낭비이고 호화 사치라고 주장하고 싶다. 인간 생명을 살릴 곡물 생산이 시급하고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절박한 현실은 외면하고 백두혈통 김씨 일가와 고위 중앙당 간부들, 그리고 평양 상류층의 밥상머리 호화 반찬과 국거리 재료를 위해서 농경지를 없애고 사시사철 귀한 전기를 밤새도록 낭비하는 세계 최대 규모 온실농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