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9번째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은 내부 주민들에게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일부 지역 내 공장·기업소별로 대남 오물풍선 살포 사실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강연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강연이 이뤄진 곳은 대부분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으로 파악된다.
강연회에 쓰인 강연자료에는 “인간쓰레기이며 미국의 충실한 개로 변해버린 괴뢰들에게는 똥구데기가 어울린다. 서울 지역에 오물짝들을 많이 퍼보내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가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때문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인간쓰레기’, ‘미국의 충실한 개’라는 표현을 쓴 점에 미뤄 오물풍선을 살포하는 원인이 남측에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충실한 개로 변해버린’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지금 남조선이라는 것은 정치는 완전히 실종되고 사회 전반이 양키 문화에 혼탁됐으며 국방과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남(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이른바 ‘2개국가론’을 주창했다.
더욱이 북한은 한국 정부를 폄훼할 때 ‘괴뢰도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번에 ‘괴뢰들’이라고 뭉뚱그려 거론한 것은 오물풍선이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남측 국민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가 하면 강연회에서는 남측이 최고지도자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연자료에는 “우리 원수님(김 위원장)의 존함을 건드리는 괴뢰들에게 오물을 계속 보내서 똥을 주워 담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내부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이 같은 내용의 강연회가 매일 오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연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현재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서는 대남 오물풍선 살포 사실을 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외부 정보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접하는 국경 지역에서는 강연을 통해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고 내부 주민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평안북도 국경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한 담화를 발표한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며칠 동안 이런 강연이 진행된 후 몇몇 사람들은 김여정 동지가 백성들의 마음을 담아서 관련 담화를 발표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며 “중국이 가깝다 보니 듣는 이야기가 많아 국가에서도 주민들의 사상적 변질을 우려해 이런 강연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