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민들의 한국식 말투와 표현, 단어 사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불시 휴대전화 검열로 구실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한국식 표현이나 말투, 단어를 사용하는 현상을 뿌리 뽑겠다면서 길 가는 청년들을 불러 세워 휴대전화 검열을 벌이고 단속해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17일 경원군의 한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20대 청년이 자신을 비사 그루빠에 동원된 경원군 당위원회 부원이라고 소개하는 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손전화(휴대전화) 검열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청년은 비사 그루빠 성원이라는 말에 휴대전화를 순순히 내줬는데, 문자에서 ‘9시에 도착할거야’라는 문장이 문제시됐다. ‘~거야’라는 말투는 북한에서 한국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청년은 10만원(북한 돈)의 벌금을 내고 다시는 한국식 말투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야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14일 혜산시에서 교사로 일하는 20대 여성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가던 도중 자신을 시 인민위원회 부원이라고 소개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손전화 검열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의 휴대전화 속 문자 내역에는 ‘어제 교장에게 욕 직사도록 먹었어. 어찌나 쪽팔리던지’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여기서 ‘쪽팔린다’는 한국식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이 여성은 20만원(북한 돈)의 벌금을 내고서야 겨우 휴대전화를 찾았다고 한다.
특히 소식통은 “일요일에도 단속에 나선 인민위원회 일꾼의 처사에 이 여성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주민들은 ‘휴대전화 검열이 당 및 국가기관 일꾼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들은 단속되는 사람은 많은데 기업소나 인민반에 통보되는 사례는 극히 적은 것을 근거로 들면서 “단속 성원들이 괴뢰말로 버는 돈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단속 성원이 몇 명을 단속했는지 상급에서 일일이 알 수 없으니 10명을 단속하고도 상급에는 1명만 단속한 것으로 보고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벌금을 챙기는 일이 많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해 채택한 ‘평양문화어보호법’에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괴뢰말투 제거용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했다. 전자기기에 이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으면 한국식 말투나 표현, 단어가 필터링돼 자동으로 삭제되거나 ‘평양문화어’로 대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생산된 지 오래된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프로그램 용량이 워낙 커서 구형 휴대전화에는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괴뢰말투 제거용 프로그람이 손전화에 장착돼 있으면 무슨 통보문(문자)을 쓰든 문화어로 바뀌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낡은 손전화를 쓰면 문자 때문에 단속에 걸릴 수 있지만 프로그람이 의무적으로 설치된 최신 손전화가 있으면 단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말 한마디로 수십만원을 갈취당하느니 괴뢰말투 제거용 프로그람이 설치된 새형(신형)의 손전화를 구입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신형 휴대전화는 값이 너무 비싸 한숨만 쉬는 형편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