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촌에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새 삶을 찾기 위해 살던 집에서 뛰쳐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최근 허베이(河北)성 농촌에 살고 있는 일부 탈북민 여성들이 살던 집에서 도망쳐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행이 어려워지자 다른 살길을 찾기 위해 집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농촌에 살며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농약을 치는 등 온갖 농사일에 시달리는 탈북 여성들은 밥술은 그럭저럭 뜨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100위안 한 장 만지기 어렵고 신분이 없어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신세에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중국 농촌에 사는 탈북 여성들이 이런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려 한국행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 가는 것이 한층 힘들어진 데다 단속되면 죽느니만 못한 북송 위험에 놓이기 때문에 사실상 꼼짝없이 농촌에서 일만 하는 ‘사람 소’로 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요새는 살던 집에서 뛰쳐나와 친구나 지인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살면서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으로 새 삶을 찾으려는 탈북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례로 허베이성의 한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30대 탈북 여성은 10여 년간 현지의 중국인 남성과 아이를 낳고 살면서 제대로 된 화장품도, 옷도 사보지 못하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중국인 남성은 이 여성이 물건을 사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집에서 노는데 화장을 해 뭐하느냐”, “아무거나 걸치면 됐지, 무슨 옷을 사려고 하느냐”며 면박을 주고 심지어는 “거지 같이 살다가 팔자를 고치니 모양새를 갖추려 한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이 여성은 몇 번을 도망쳐 한국에 가려 했지만, 도중에 붙잡혀 한국행에 실패하고 온갖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기 한번 펴지 못하고 살던 이 여성은 결국 지난 6일 지인의 도움으로 살던 집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새로운 중국인 남성과의 만남을 통해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집을 뛰쳐나와 친구나 지인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탈북민 여성들은 대부분 생활 형편이 괜찮은, 경제력이 있는 중국인 남성과의 만남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행이 어려워지자 다른 남성을 만나서라도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건에 맞는 남성을 만나도 신분 없는 불안정한 삶은 변하지 않는다”며 “결국 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과 불안은 한국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그나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