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직전 순안구역 안전부 체포된 30대 男 탈출 ‘비상’

물 긷는 일 하다 감시 느슨해진 틈에 담장 넘어 도망…사회안전성 "소리 없이 무조건 잡아내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전하며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이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한 가운데, 평양시 순안구역 안전부에서 조사받던 30대 남성이 탈출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해 긴급 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뿌찐(푸틴)의 방문과 관련해 특별경비주간이 선포되는 긴장한 분위기에서 18일 초저녁 순안구역 안전부에서 조사받던 죄수가 탈출함으로써 중앙 사회안전성, 국가보위성에까지 사건이 보고되고 빨리 잡을 데 대한 긴급 포치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인공 3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 15일 평양과 함경남도 사이에 외화를 나르는 일로 돈벌이하다 단속돼 평양 순안구역 안전부에 체포됐다.

순안구역 안전부 수사과 대기실에서 조사받던 그는 푸틴 방북 직전인 18일 초저녁 ‘구류장에 있는 죄수들이 마실 물을 길어오라’는 지시를 수행하다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안전부 담장을 뛰어넘었다.

소식통은 “그는 괴뢰한국 영화, 드라마, 뉴스 등을 자주 보고 이를 주변의 주민들에게 유포한 것으로도 문제시돼 예심을 기다리고 있다가 탈출했다”면서 “1호 행사(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 행사) 준비로 통제가 강화돼 주민들도 분위기에 맞게 조심스럽게 처신하고 있던 때에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순안구역 안전부는 구류장에 머리 깎고 앉아있는 죄수들의 감방 물땅크(물탱크)에 물을 길어 넣어 주는 작업이 필요해 대기실에 있던 죄수들에게 안전부 앞마당 수도에서 예심과 문 앞까지 물을 나르는 일을 시켰다”며 “여기에 특히 힘이 센 젊은 남자들을 동원했는데, 김 씨도 동원돼 두어 번 물을 긷다가 안전원이 잠시 한눈판 사이 담장을 넘어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1호 행사가 끝날 때까지 외부 작업 등은 잠시 중단하고 죄수들을 잘 관리해 국가 안전 보위에 철저히 하라’는 사회안전성의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발생해 그야말로 비상사건으로 다뤄졌다.

사건 발생 이후 사라진 김 씨를 잡기 위해 순안구역 안전부 안전원들이 총동원됐지만, 그는 19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건을 보고 받은 사회안전성은 푸틴이 방북해 있는 동안 김 씨가 평양시 중심구역으로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긴급 포치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사복 차림의 안전원들이 중심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주요 길목들을 지켜섰고, 김 씨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들고 유동 인원들을 꼼꼼하게 통제·검열했다.

소식통은 “사회안전성은 김 씨를 소리 없이 무조건 잡아내야 하며,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면서 철저한 수습을 주문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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