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충성분자보다 시장 흐름을 읽는 경영인이 필요하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 /사진=노동신문·뉴스1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명명된 북한의 경제난은 수백의 아사자를 냈다. 북한은 3대가 권력을 승계하며 ‘강성대국, 강성국가’를 목표로 80년 동안 노력해왔지만 ‘경제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노동당이 그렇게 생산 정상화를 강조해도 정상화는커녕 생산량 감소가 현재 북한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농번기인 지금 비료생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초 함경북도 소식통이 전해 온 데 의하면, 은덕군의 ‘7월7일 화학공장’이 올해 시비년도 비료생산 계획을 수행하지 못해 지배인 등 다수의 간부가 처벌받았다. 소식통은 전력과 석탄 등 비료 생산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런데도 국가는 일이 안 되면 사람잡이만 한다고 말했다.

‘은덕 화학공장’ 또는 ‘7월7일 연합기업소’라 불리는 7월7일 화학공장은 암모니아, 메탄올, 중탄산 암모니아, 질소비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유연탄을 원료로 메탄올과 인조석유를 생산하던 공장을 모태로 해 1959년에 시설을 복구해 메탄올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중탄산 암모니아 생산 설비 확충 등을 통해 1990년 연간 생산능력이 암모니아 6.5만 톤, 중탄산 암모늄 비료 20만 톤, 질소비료 20만 톤 등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현재 생산능력은 그의 50% 수준이라고 한다. 원인이 무엇일까?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시장이 형성돼 있음에도 노동당이 기업의 경영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오늘 당이 제시한 12개 중요 고지 점령에 나선 경제 모든 부문과 단위의 일군들과 노동 계급 앞에는 비상한 분발력으로 계속 분투함으로써 당 앞에 자신을 총화 받아야 할 엄숙한 시대적 과제가 놓여있다”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기업의 현실을 보면 경영상 자율성은 보장되지 않고 계획을 강요당한다. 자원은 부족한데 계획을 실현하라는 요구는 확장된다. 합리적으로 시장을 읽고 사고하는 경영자는 약화하거나 쫓겨나 사라지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 노동당에 충성분자로 인정되는 기업 경영자는 노력하는 자가 아니라 당에서 하라는 대로 서 있기만 해도 되는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다. 그러면 생존하기가 더욱 쉽다. 그러다 보니 생산과 판매와 같은 기본 경영은 이윤과 관련 없는 각종 사회적 과제로 가득한 노동당 방침에 의해 밀려나 더 산만해지고 집중이 안 된다.

노동당에 충성하느라 시장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보편적으로 생산 공정을 유지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결국 이런 현상이 북한의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북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그러자면 북한 기업 경영자는 노동당 충성분자보다 시장의 흐름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노동당이 좋아하는 기업 경영자는 이윤과 관련 없는 것만 집행하는 자들이며, 노동당의 소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훈련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길은 노동당이 인사권을 내각에 넘겨주고 내려놓는 것이다. 김정은과 노동당은 이 길이 진정으로 ‘인민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